확인서류를 받지 않고 환자 84명을 무더기로 입원시킨 정신병원 원장이 벌금 300만원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정신보건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온 정신병원 원장 ㄱ씨에게 유죄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경기도 포천시의 한 정신병원 원장인 ㄱ씨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다. 그는 2015년 1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보호의무자 확인 서류를 받지 않고 정신질환자 84명을 입원시켰다. 환자가 정신병원에 입원할 때는 정신보건법에 따라 병원은 보호의무자 2명의 동의서와 보호의무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가족관계증명서 등 서류를 받아야 한다.
ㄱ씨는 또한 환자 퇴원명령을 받고도 퇴원을 지연시켜 마치 적법하게 입원진료한 것처럼 꾸며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2015년 8월부터 2016년 4월까지 환자 20명에 대한 요양급여비 1399만9860원을 받아 편취했다. ㄱ씨는 정신보건법 위반 및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나머지 병원 관계자 세명은 ㄱ씨와 공모해 환자 입원 당시 보호의무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받지 않았다며 정신보건법 위반 혐의로만 기소됐다.
1심은 ㄱ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며 “입원 당시 보호의무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구비하지 않아 정신보건법 위반 사실을 충분히 인정한다. 요양급여비용 명목으로 위 금액을 편취한 사실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나머지 병원 관계자 세명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정신의료기관 등의 장’에 해당하지 않아 서류구비의무를 부담하는 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2심은 ㄱ씨 형량을 벌금 300만원으로 감형했다. “ㄱ씨가 관계 법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원심 형이 무겁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정신보건법 위반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한편, 형사사건과 별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속임수 등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해 보험급여나 보험급여 비용에 상당하는 금액 전부나 일부를 징수할 수 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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