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폭력으로 사망한 고 황예진씨의 어머니가 6일 오후 1심 재판이 끝난 뒤 서울 마포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지인의 품에 안겨 오열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말다툼을 벌이다 연인 관계였던 황예진 씨를 때려 숨지게 한 30대 남성 이아무개씨가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예진 씨 어머니는 “비참하게 죽은 딸의 목숨값이 7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부모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안동범 부장판사)는 지난해 7월 마포의 한 오피스텔에서 7개월째 교제 중이던 황예진씨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기소된 이아무개(32)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고 황예진씨의 어머니가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들에게 재판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던 중 울음을 참고 있다. 박종식 기자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며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으로 26세의 젊은 나이에 삶을 마감했고, 유족은 형언하지 못할 고통을 느끼며 강력한 처벌을 바라고 있다”고 지적하며 “신체적으로 연약한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폭력을 행사했고 119 도착 전까지 적절한 구급 조처를 하지 않고 오히려 부주의하게 일으켜 세우려고 하며 상태를 악화시켰다”고 했다.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를 지속해서 폭행하는 관계가 아니었고, 감정충돌 중 우발적으로 폭행하면서 상해치사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교제 살인 내지 폭행 살인의 일반적 유형으로서 살인에 이르는 경우와는 상황이 다르다. 피해자를 의도적으로 살해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최기식 변호사(왼쪽 둘째)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난 황씨의 어머니는 “검찰에 항소를 요청한다. 징역 7년은 수사기록을 검토하지 않아도 나오는 형이다”라면서 “이럴 줄 알았다면 아이의 실명과 얼굴도 공개하지 않았다. 딸이 하나 더 있었으면 이 나라에서 자식을 키울 수 없어서 이민 갔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가 아직 하늘나라에 못 가고 있을 것 같은데, 꼭 ‘황예진법'을 만들어서 엄마도 최대한 노력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법 제정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대위는 사망한 황씨의 이름을 딴 데이트폭력 처벌법인 '황예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고 황예진씨의 방.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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