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동성 배우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소송 기자회견'에서 소송 당사자 소성욱(왼쪽)·김용민씨 부부가 소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동성 부부는 현행법상 사실혼 관계로 인정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놨다.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동성 배우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를 다투는 소송에서다. 재판부는 “혼인이란 민법과 판례, 사회 인식을 모아 볼 때 여전히 남녀의 결합”이라며 동성혼 인정 여부는 국회 입법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고 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주영)는 소성욱(31)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동성인 배우자도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인정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7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행법 체계상 이를 사실혼 관계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소성욱씨는 김용민(32)씨와 2019년 5월 결혼식을 올리고 현재까지 함께 살고 있다. 두 사람은 함께 돈을 모아 마련한 집에 살면서 명절에는 양가 부모님을 찾아뵙는 등 여느 부부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은 2020년 5월 공단에 ‘직장가입자인 김씨의 피부양자로 동성 배우자인 소씨를 등록할 수 있는지’를 문의했고, 공단은 ‘사실혼 관계면 가능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이에 김씨는 소씨를 피부양자로 올렸는데,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공단은 소씨의 피부양자 등록을 취소하고 그를 지역가입자로 전환했다. “동성 배우자는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가 될 수 없는데 실수였다”는 것이다.
이 사건의 쟁점은 현행법상 혼인신고를 할 수 없는 동성 커플에 대해 사실혼 관계는 인정될 수 있는지였다. 재판부는 “소씨와 김씨가 서로를 반려인으로 삼아 생활하기로 합의하고, 경제적으로 협조하고 부양의무를 다하는 등 외견상 공동생활한다는 점은 충분히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나 “민법과 대법원, 헌법재판소 판례,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인식을 모두 모아 보더라도 여전히 혼인이란 남녀의 결합을 근본요소로 한다고 판단된다. 이를 동성 간의 결합까지 확장해 해석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했다. 앞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각각 “혼인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정신적 결합으로 성립하는 것” “혼인은 근본적으로 애정과 신뢰를 기초로 하여 남녀가 결합하는 것”이라며 혼인을 ‘남녀 간의 결합’으로만 해석해왔다.
재판부는 “구체적인 입법이 없는 상태에서 개별 법령의 해석만으로 곧바로 혼인의 의미를 동성 간 결합으로까지 확대할 수는 없다”고 원고 패소 이유를 밝혔다. 다만 “호주나 유럽연합 여러 나라가 동성혼을 인정하고 있고,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가 동성 동반자 제도를 두는 등 세계적으로 혼인할 권리를 이성 간으로 제한하지 않는 것이 점진적 추세다. 결국 혼인제도 인정 여부는 개별 국가 내 사회적 수요와 합의에 따라 결정될 일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입법의 문제”라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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