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주기 이한열 열사 추도식’이 열린 2017년 6월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한열동산에서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유족대표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용균이 장례식 등에서 뵈면서 자식 잃은 슬픔을 어떻게 견디셨는지 꼭 묻고 싶었는데…이젠 기회가 없네요.”
9일 오후 4시50분께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광주에 차려진 고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의 장례식장에 가는 길에 <한겨레>에 이렇게 말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 2019년 아들의 빈소에 배 여사가 찾은 이후 함께 ‘자식 잃은 슬픔’을 나눠온 기억을 떠올렸다. 김 이사장은 “3년 전만 해도 배 여사님께서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몰랐는데, 아들을 잃은 이후 어떻게 이 아픔을 견뎌오셨는지 항상 묻고 싶었다”며 “이제 보고 싶었던 고 이한열 열사의 곁으로 가신 만큼 이젠 아픔을 다 내려놓고 잘 계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배 여사가 우리 사회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남긴 발자국만큼, 많은 시민사회계 인사들은 이날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를 추모했다.
배 여사와 34년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에서 함께 투쟁해온 고 이소선 여사의 차남이자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태삼(71)씨는 자신의 어머니와 배 여사가 함께 투쟁하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태삼씨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종철이 아버지하고, 우리 어머니(이소선 여사)와 다른 유가협 어머니들이 하얀 소복을 입고 전두환의 폭력 속에 자식들의 영정을 들고 항의하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며 “이젠 세상의 짐을 내려놓고 한열이와 5.18 희생자들 그리고 마석 모란공원의 열사들을 만나 지난날 흉금을 털어놓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젊은 시절 배 여사에게 받았던 도움을 회상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임 소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지난 1998년 국가인권위원회 설립을 위해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투쟁할 당시 단식농성장과 기자회견에서 배 회장님(당시 유가협 회장)을 자주 만났다”며 “배 회장님은 경찰들이 방패로 젊은 활동가들을 밀어낼 때 뒤에서 ‘아가 태훈아 다친다 뒤로 빠져라. 다쳐도 내가 다치고 잡혀가도 내가 잡혀가야 한다’며 걱정하셨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에서 투쟁하며 한평생을 바친 배 회장님, 인권침해와 차별 없는 그곳에서 그토록 그리워하던 아드님 만나 행복하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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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 별세…아들 이어 민주투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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