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연세대학교 이한열 동산에서 열린 배은심 여사 추도식에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30년을 살다 보니까 이렇게 왜 살고 있지? 내가 나한테 물어보고도 싶고 괴롭습니다…미우나 고우나 우리는 노랑옷 가족이 돼버렸네요. 그래서 가족의 힘으로 이 나라가 조금 밝아질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끌어 나간다는 것이 경험입니다. 우리 애기들의 모습 잊지 마시고. 그 모습 잊지 않으려고 (나는) 30년 동안 대중 속에서 살았습니다.”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고 배은심 여사의 추도식이 시작되기 전, 배 여사의 생전 육성이 울려 퍼졌다. 2017년 5월 세월호 유가족들이 광주 5·18 국립묘지를 찾았을 때 남긴 메시지다. 10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 마련된 ‘한열 동산’에서 이한열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린 배 여사의 추도식에는 추운 날씨에도 3백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 촛불을 켜고 자리를 지켰다. 한 손엔 핫팩, 한 손엔 추도사가 인쇄된 종이를 들고 선 이들은 20대 청년부터 머리가 희끗한 50대, 60대 장년까지 다양했다.
1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한열 동산’에서 열린 고 배은심 여사의 추도식에 참여한 시민들. 장예지 기자
추도식은 야외에서 한 시간가량 진행됐지만 이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묵념을 하거나 “세월이 이렇게 갔구나”라며 서로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6월 합창단 등이 준비한 추모의 노래를 끝으로 추도식이 끝나자 참석자 모두 나와 흰 국화를 헌화했다.
이날 추도사를 낭독한 김거성 전 이한열기념사업회 상임이사는 “(배 여사의 생전) 사진을 찾으려 사진첩을 뒤적여봤다. (하지만) 2020년 6월 대통령에게 모란장을 받을 때에도 사진엔 어머니의 마음속 그늘이 찍혀 나왔다. (2020년 6월9일) 경찰청장이 찾아와 용서를 구할 때에도 어머니는 ‘33년이 지났어도 나한티는 87년 그날이여. 그래서 마음이 아퍼요’라고 말하셨다”고 했다. 그는 “그 아픔 우리가 어떻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어머니 해맑은 웃음 (찾으실) 그날 위해 다시 다짐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청년들도 배 여사를 추모했다. 연세대 학생들이 이한열 열사를 기억하기 위해 만든 단체 ‘열의걸음’ 강새봄 대표는 추도사에서 “5·18 역사공부를 해 본다고 5월 광주를 찾아가면 (배 여사는) 무더운 날씨에도 지친 몸을 이끌고 버선발로 달려오셨다”며 “배은심 어머니와 이한열 선배, 그리고 다른 열사분들이 바라던 세상은 지금 모습이 아닐 것이다. 열사들이 물려주신 유산은 어떤 시련에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였다. 우리 시대의 일을 묵묵히 해내는 청년으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