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정보인권연구소, 전국언론노동조합,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공수처 사찰 논란으로 본 통신자료 무단 수집 제도 문제와 개선방향 좌담회' 좌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오동석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왼쪽 둘째)가 발언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언론인과 정치인 등의 통신자료를 광범위하게 수집해 ‘사찰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이 “수사기관의 반복되는 통신자료 조회 논란을 막기 위해서는 입법을 통한 사법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시민단체들은 11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공수처 사찰 논란으로 본 통신자료수집 문제와 해결방안’ 좌담회를 열어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양홍석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 서채완 변호사(민변 사무차장), 장여경 사단법인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 최정기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국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에 사법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채완 변호사는 “(현행 통신자료 조회는) 영장 없는 개인정보 제공이라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며 “전기통신사업법상 통신자료 제공 절차를 폐기하고 통신비밀보호법을 바꿔 통신자료 조회에도 영장주의를 적용하는 등의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홍석 변호사는 “지금처럼 정보가 제한된 이동통신사가 통신자료 제공 사실을 통지하게 되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어떤 이유로, 무엇을 수사하기 위해 통신자료를 수집했는지 수사기관이 이용자에게 통보하는 방식으로 관련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짚었다.
국회가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사기관에 통신자료가 제공되면 추후 이용자가 이를 알 수 있도록 ‘통보제도’가 담긴 여러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양 변호사는 “통신자료가 조회된 뒤 이용자에게 그 사실을 알리는 통보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어떤 수사 과정에서 왜 통신자료가 수집됐는지 이용자로서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정보주체인 시민들의 권리가 보호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이 통신자료 조회 논란을 정쟁의 도구로만 사용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최정기 국장은 “여당은 통신자료 조회를 권력의 상징으로 전유하고, 야당은 늘 사찰이라고 주장한다”며 “(정치권이) 정치적 관계 유지를 위해 통신자료 조회 논란을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언론의 역할을 촉구하는 발언도 나왔다. 오동석 교수는 “국회 발의안을 보면 천편일률적으로 내용이 비슷하다. 의원들이 법안 건수를 늘리기 위해 내놓은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언론이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을 대상으로 임기 내에 법안을 통과시킬 의지가 있는지 등을 따져 물어야 한다”고 했다.
앞서 공수처는 언론사 기자 수십명과 국민의힘 의원 88명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수사기관은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3항에 따라 수사에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이동통신사 등 전기통신사업자에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 통신자료에는 이용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이 포함된다. 수사기관이 이용자의 통화내역과 통화시간, 위치 등 더욱 민감한 정보가 담긴 통신사실확인자료를 받으려면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야 한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20년 전부터 ‘인권 보호를 위해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수집에 통제가 필요하다’며 헌법소원을 내는 등 문제 제기를 해왔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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