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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관행”…‘미성년 작가 저작권 편취’ 레진 창업자, 1심서 벌금 1천만원

등록 2022-01-11 16:35수정 2022-01-11 16:56

재판부 “단순 아이디어와 소재 제공에 불과”
레진코믹스 누리집 갈무리
레진코믹스 누리집 갈무리

미성년자였던 웹툰 작가의 작품에 위법하게 저작자로 이름을 올린 혐의로 기소된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 창업자 한희성씨가 1심에서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른바 ‘레진 갑질’ 논란이 불거진지 4년 만에 나온 1심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주진암 부장판사는 11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희성 레진코믹스 이사회 의장에게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이는 애초 약식명령으로 내려진 벌금 500만원보다 큰 금액이다. 주 부장판사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한 의장은 레진코믹스 플랫폼에서 웹툰을 연재했던 작가 ㄱ씨의 작품에 자신의 필명인 ‘레진’을 표시해 ㄱ씨 저작물의 ‘성명표시권’을 침해한 혐의로 2019년 12월 기소됐다. 한 의장은 무죄를 주장하며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지만, 애초 벌금보다 더 큰 금액을 선고받았다.

한 의장이 창업한 레진코믹스는 웹툰 플랫폼으로 2013년 출범했다. 당시 레진코믹스는 플랫폼을 채울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다른 채널에서 웹툰을 연재하고 있던 작가들이나 신인 작가들을 활발히 발굴했다. 이 사건 고소인이자 피해자인 ㄱ씨도 그렇게 레진코믹스와 손 잡은 작가 중 한 명이었다. 당시 17살 고등학생이자 웹툰 작가 지망생이었던 ㄱ씨는 레진코믹스에서 6개월 동안 ‘나의 보람’이라는 웹툰을 연재했다. ㄱ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나의 보람’을 연재했던 시기가 레진코믹스 출범 초기였기 때문에 작품에서 발생한 수익 금액 자체가 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레진코믹스 웹툰 중 종합 2위까지 기록했던 인기 작품이었고, 레진코믹스는 이 작품을 활용해 플랫폼 자체를 홍보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 의장은 ㄱ씨의 웹툰이 연재되는 과정에서 장르, 스토리 전개방향 등 창작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제공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작품에서 발생하는 15~30%의 수익을 가져가고 각 회차 말미에 표시되는 크레디트에도 ‘글 작가’로 자신의 필명인 ‘레진’ 이름을 올렸다. ㄱ씨는 “한 의장이 이같은 방식이 ‘업계 관행’이라고 설명한 점을 믿고 한 의장이 하자는 대로 따랐다. 하지만 성인이 된 이후 한 의장이 제공한 정도의 코멘트는 저작권법상 표현물에 포함되지 않아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고소에 이르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ㄱ씨는 고소에 앞서 한 의장 쪽에 공개 사과를 포함한 합의를 시도했지만 한 의장은 공개 사과를 거부했고, 결국 2018년 12월 ㄱ씨가 한 의장을 고소하며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ㄱ씨가 한 의장을 고소했던 2018년에는 레진코믹스가 웹툰 작가들에게 불공정한 대우를 했다며 ‘레진코믹스 블랙리스트’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달 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한 의장은 무죄를 주장했다. 한 의장 쪽은 “ㄱ씨와 함께 ‘나의 보람’을 공동으로 창작한다는 합의 하에 웹툰의 구성요소가 창작되는데 기여했으니 공동 창작자가 맞다.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하지만 법원은 한 의장 쪽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웹툰 창작에 도움을 주었다고 주장하지만, 재판을 통해 채택한 증거 기록을 보면 피고인의 관여는 단순한 아이디어와 소재 제공에 불과해 표현 자체에 기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ㄱ씨가 저작권 문제를 제기한 이후 다시 작성한 계약서를 보면 그림 작가와 글 작가가 따로 있는 것처럼 표현돼 있는 한편, 피고인이 계약 당사자로 참가하지는 않았다. 이같은 사정은 피고인이 ‘나의 보람’의 저작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소 이후 원작자 표시에서 피고인 이름을 삭제하는 등의 행위를 보면 피고인이 공동 저작권자라고 주장한 취지와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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