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교수로 채용해주겠다며 시간 강사에게 억대 금품을 받은 대전의 한 국립대 교수 ㄱ씨가 징역 5년4개월형을 확정받았다. ㄱ씨는 다른 강사를 강제추행한 혐의로도 재판을 받아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온 ㄱ씨 등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추징금 1억3천여만원,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3년 동안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 명령, 신상정보 등록 15년 명령도 유지했다.
ㄱ씨는 2017년부터 대전 한 국립대 미래산업융합대학 스포츠건강과학과 초대 학과장으로 일했다. ㄱ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ㄴ씨는 2019년부터 같은 과 학과장으로 근무했다. 이들은 2012~2018년에 전임 교수 채용을 약속한 같은 과 시간강사 ㄷ씨에게 각각 약 1억4천만원, 약 1억2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ㄷ씨는 교수에 채용되지 못했다. ㄷ씨는 이들을 고발했고 뇌물공여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이들 교수는 2016년 순천의 한 편의점에서 ㄷ씨와 술을 마시다가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탁자에 ㄷ씨 머리를 10회 이상 부딪치게 한 혐의도 받았다. ㄷ씨에게 논문을 대신 쓰게 하고 2018년 자신들의 이름을 저자로 올려 학회지에 등재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들은 2014년 강원도 한 호텔 객실에서 ㄷ씨에게 바닥에 머리를 박게 하는 이른바 ‘원산폭격’을 지시하는 등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ㄱ씨와 ㄴ씨에게 각각 징역 5년 벌금 1억5천만원을 선고하며 “이들 범행으로 대학교 교수채용 업무 공정성 등의 신뢰가 훼손돼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원산폭격’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ㄷ씨에게는 벌금 천만원을 선고했다.
2심에서는 ㄱ씨가 2018년 말부터 2019년 초까지 다른 계약직 강사를 수차례 강제추행한 혐의가 병합됐다. 2심은 ㄴ씨에 대한 형량은 유지한 채 ㄱ씨에 대해서는 징역 5년4개월을 선고하며 “전임교원 채용 관여 지위를 이용해 장기간 뇌물을 수수했고 학과장 지위를 이용해 대학강사를 여러 차례 강제로 추행했다”고 판단했다. ‘원산폭격’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에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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