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대리점에서 퇴사한 지 2년 반이 지났음에도 회사로부터 2천만원에 가까운 빚 독촉에 시달렸던 김수민(가명·26)씨가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됐다.
지난해 12월 <한겨레>는
‘퇴사 뒤에도 여전한 ‘채무의 덫’…직원은 법정에서 눈물을 쏟았다’ 기사를 통해 김씨와 회사 간 법정소송을 다뤘다. 이 사건을 심리한 인천지법은 지난 7일 ‘원고(김씨)의 피고(회사)에 대한 각 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서로 상대방에 대해 아무런 채권채무도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하고, 향후 어떠한 채권 청구·강제집행도 하지 않기로 한다’는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회사가 그동안 김씨에게 갚아야 한다고 압박한 채무는 존재하지 않으며, 회사는 앞으로도 이와 관련해 빚 독촉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가 직권으로 당사자 간 화해를 결정한 뒤 이의가 없는 경우 확정판결과 같은 효과를 갖는다.
화해권고 결정을 먼저 요청한 쪽은 피소된 회사였다. <한겨레> 보도 사흘 뒤 회사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김씨와의 화해를 희망한다’며 화해권고 결정을 내려달라는 요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회사 쪽은 요청서에서 “김씨가 재직기간 중 처리한 업무와 관련해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고, 향후 일체의 채권 등 권리주장을 포괄적으로 포기하고 제소하지 않겠다”고 썼다.
김씨 쪽이 이러한 화해 결정을 받아들이면서 오랜 시간 김씨를 괴롭혀온 ‘채무의 덫’은 비로소 풀리게 됐다. 김씨를 대리한 윤지영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이 결정이 김씨뿐 아니라 (유사한 상황에 놓인) 다른 휴대전화 위탁 판매 노동자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 고민한 끝에 화해권고 결정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윤 변호사를 통해 “이제 조금 마음 편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해왔다.
앞서 수도권의 한 통신사 대리점에서 휴대전화 판매사로 일했던 김씨는 퇴사 후 회사의 채무 압박에 시달리다 회사를 상대로 ‘빚을 갚으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는 ‘김씨가 목표 실적을 채우지 못했다’며 급여를 가불 형태로 지급했고, 김씨로 인해 각종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매월 월급에서 차감하는 형식으로 1900여만원을 갚도록 했다. 김씨가 이 돈을 갚고 2019년 7월 퇴사한 이후에도 회사는 채무가 1800만원가량 남았다고 주장해오던 상황이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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