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수록 작품이라도 저자 동의 없이 문제집에 가져다 썼다면 저작권 침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ㅊ출판사와 이 회사 부장 ㄱ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ㅊ출판사는 2012~13년 ‘중간시험 이후 범위 전과목 올백 기출문제’ ‘전과목 전국 초등학교 단원평가 기출 모음집’ 등 초등학생 대상 문제집을 발행했다. 출판사는 문제집에 작가 김경성씨가 쓴 동시 ‘할아버지 등 긁기’를 게재했는데 사전에 김씨의 동의는 받지 않았다. 출판사 쪽은 뒤늦게 저작권이용료를 지급했지만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출판사 쪽은 문제집에 게재한 동시가 국정도서에 실려 있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국정도서는 교육부가 저작권을 가진 공공저작물이어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1심은 국정도서 수록 문학작품이라도 저작권은 교육부가 아닌 원저작권자에게 있다고 판단하고, ㅊ출판사 부장 ㄱ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다른 저작권법 위반 사건들도 병합해 ㄱ씨에게 벌금 200만원, ㅊ출판사에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저작권 침해 행위 뒤 저작권료가 정산됐어도 이미 성립한 범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공저작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저작물로서의 보호 자체가 배제된다고 볼 수 없다” “영리적인 목적을 위한 이용은 비영리적 목적을 위한 이용에 비해 자유이용이 허용되는 범위가 상당히 좁아진다”는
대법원 판례들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도 이같은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김씨와 다른 작가들이 또 다른 출판사를 상대로 낸 같은 취지의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공표된 저작물이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라는 주장이 나왔지만, 법원은 김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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