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분양합숙소에서 합숙하던 20대 남성을 가혹행위 끝에 뛰어내리게 해 중상에 빠뜨린 혐의를 받는 동거인 4명이 지난 19일 강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분양합숙소’가 차려진 서울 강서구의 빌라 7층에서 떨어진 20대 남성이 추락 직전까지 동거인 7명으로부터 집단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전날(19일) 검찰에 넘긴 분양팀장 박아무개(28)씨 등 피의자 4명에 이어, 나머지 3명도 추가로 입건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날 강서경찰서의 설명을 종합하면, 피의자들은 지난 9일 오전 10시8분께 빌라 7층에서 함께 합숙하던 김아무개(21)씨를 가혹행위 끝에 뛰어내리게 해 중상에 빠뜨린 혐의(특수중감금치상 등)를 받는다. 이 중 구속 송치된 차장 유아무개(30)씨는 합숙소에 거주하지 않은 채 체포·감금에 가담해 특수감금·특수감금방조 혐의가 적용됐다. 유씨를 제외한 피의자들은 10대 또는 20대다.
피해자 김씨는 지난해 9월 박 팀장의 배우자 원아무개(22)씨가 ‘가출한 이들에게 숙식을 제공한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보고 해당 합숙소를 찾았다. 합숙소는 전화나 홍보물로 부동산 분양을 홍보하는 곳이었다. 김씨는 일이 힘들어 2주 만에 도망쳤다.
그러나 이달 4일 0시27분께 중랑구 면목동 모텔에서 피의자들에게 붙잡혔다. 합숙소로 다시 끌려온 그는 삭발을 당하고 찬물을 맞는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지난 7일 낮 12시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다가 감시하던 이들이 조는 사이 다시 도주했으나 9일 새벽 2시25분 수원역 대합실에서 붙잡혔다. 목검과 주먹, 발 등으로 폭행을 당하고 테이프로 결박됐다고 한다.
경찰은 김씨가 이들에게서 도망치려 베란다를 넘다가 7층으로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 15일 해당 빌라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여 목검과 애완견 전동이발기, 테이프 포장지, 고무호스 등의 물건을 확보했다.
추락 후 중태에 빠진 김씨는 최근 상태가 호전돼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피의자들에 대한 진술에 겁을 먹고 두려워하는 등 트라우마를 보이고 있으나 점차 가벼운 진술이 가능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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