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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상사에 ‘성희롱 피해’ 이메일로 회사 내 공유…명예훼손일까?

등록 2022-01-24 05:59수정 2022-01-24 09:49

1·2심서 벌금 30만원 선고했지만
대법 “주목적은 공공이익” 파기환송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ㄱ씨는 2013년 한 패스트푸드 회사에 입사한 뒤, 이듬해 본사 마케팅팀에서 사원으로 일했다. 그는 2016년 3월에는 본사에서 서울 강동구 한 매장으로 인사 발령을 받은 뒤, 그해 4월4일 전국 208개 매장 대표와 본사 직원 80여명에게 ‘성희롱 피해사례에 대한 공유 및 당부의 건’이라는 제목으로 이메일을 보냈다. 2014년 10월 직장 동료들과 함께 술을 마셨는데, 그 자리에서 상사 ㄴ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술자리가 끝난 뒤에도 ㄴ씨는 밤 11시부터 50분가량 12차례에 걸쳐 ‘오늘 같이 가요’ ‘왜 전화를 안 하니’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ㄱ씨는 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ㄱ씨는 이메일에 ‘ㄴ씨 행동에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 ‘성희롱 고충 상담 및 처리 담당자가 ㄴ씨여서 불이익이 갈까 말을 못했다’ ‘같은 일을 당한 직원은 고용노동부나 여성부에 신고하라’ 등의 내용도 담았다. ‘남녀고용평등법’ 중 직장 내 성희롱 금지 관련 규정 등도 함께 이메일에 첨부했다. ㄱ씨는 이메일을 보내고 이틀 뒤 직장 내 성희롱으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회사를 상대로 진정을 냈고, 그해 4월20일 퇴사했다. 진정은 같은 해 5월 혐의없음으로 처리됐다. ㄴ씨는 명예훼손 혐의로 ㄱ씨를 고소했다.

1심은 ㄱ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부남 ㄴ씨 행위는 적절하지 않았지만, 관심을 보이는 남자 행동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며 “설령 성추행·성희롱에 해당한다고 ㄱ씨가 생각했어도 상응하는 조처를 할 수 있었을 것이지만, ㄱ씨는 약 1년5개월 뒤 인사발령을 받자 그제야 ㄴ씨 행위를 문제 삼으며 대표이사 등에게 항의하고 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인사발령을 받게 된 이유가 인사고과 점수가 최하위였던 점에도 불구하고 성희롱으로 불이익 인사발령을 받았다고 기재했다”며 “적시한 사실 내용과 성질이 ㄴ씨에게 불이익을 가져왔다”고 판단했다. 2심은 “원심에 (ㄴ씨 행위가 관심 보이는 남자 행동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등) 일부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 문화 등에 비춰볼 때 ㄱ씨는 자신의 성희롱 피해사례를 곧바로 알리거나 문제 삼으면 직장 내 부정적 반응 등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 이메일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사례라 회사조직과 그 구성원의 공적 관심 사안이다. ㄱ씨는 피해사례를 공유해 직장 내 성희롱 예방과 피해구제에 도움을 주고자 이메일을 전송했다. 주된 동기나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설령 전보인사에 대한 불만 등 사익적 목적이 있었어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ㄴ씨 비방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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