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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피해자 고통’ 평가보고서 제출되자 ‘그놈’이 구속됐다

등록 2022-01-25 16:45수정 2022-01-25 18:32

피해자 신체·사회적 고통 등 평가하는
범죄피해평가, 1년새 41% 증가
피의자 구속·양형에도 영향 미쳐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초 경북의 한 지역에 사는 10대 여성 ㄱ양은 친구를 사귀고 싶어 접속한 채팅 앱에서 알게 된 성인 남성 ㄴ씨를 만났다.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어리게 속여 미성년자에게 접근한 남성은 ㄱ양을 수차례 성적으로 착취하며 촬영도 했다. ㄴ씨는 이후 만남을 거부하는 피해자를 따라다니며 스토킹했다. 더는 참지 못한 ㄱ양이 경찰에 신고하자 ㄴ씨는 긴급체포됐으나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았다. “피해자와 피의자 진술이 엇갈리고, 피해자는 범죄일시를 명확하게 진술을 못하고 있으며 진술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법원이 판단해서다. 그러나 ㄴ씨는 지난해 5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에대한음행강요, 매개, 성희롱 등) 혐의로 구속됐다. 수사 보완과 함께 ㄱ양의 고통이 고스란히 담긴 ‘범죄피해평가 보고서’가 경찰이 재신청한 구속영장에 첨부됐기 때문이다.

피해 사실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다수의 피해자가 이처럼 범죄피해평가 제도에 기대 구제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2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ㄱ양은 경찰이 연계해준 심리 전문가와 두차례 면담을 했고, 전문가는 ㄱ양이 “범죄피해로 인한 심각한 스트레스와 혼란을 경험하고 있고 신체 질병과 자책감 및 수치심으로 인한 우울감으로 심할 경우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바탕으로 범죄피해평가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지난해 8월 법원은 보고서 내용을 받아들여 ㄴ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ㄱ씨가 참여한 범죄피해평가 제도는 전문가가 살인 및 성폭행 등 강력범죄 피해자의 심리·신체·경제·사회적 피해 등을 종합 평가해 사건기록에 첨부하는 것으로, 피해자의 심리 치유 지원과 함께 가해자 구속 및 양형에 반영되도록 하는 제도다. 사건 담당 수사관은 가해자 처벌을 위한 범죄 구성요건 위주로 피해자의 진술을 듣는다는 한계에 착안해 범죄피해평가 제도가 도입됐다. 심리 전문가는 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트라우마나 실직, 2차 피해 등을 듣고 수사기록에 담기지 못한 피해자의 현실을 보고서에 작성해 재판부가 양형에 고려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역할을 한다. △살인·강도·중상해 등 강력사건 △데이트폭력·가정폭력·스토킹 등 지속적 범죄 △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가 피해평가 대상이다. 담당 수사관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 전, 피해평가가 필요한 경우 피해자 동의를 받으면 피해자는 전문가와 두 차례 면담한다. 피해자가 숨졌거나 의식불명인 경우엔 배우자나 자녀, 부모 등이 피해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남편한테 살해당한 사건 피해자의 친언니가 범죄피해평가에서 과거 가해자의 행태 등을 진술한 내용 등이 보고서에 자세히 담겨 판결문에 범죄피해평가 내용이 반영된 경우도 있었다.

영국·미국 등의 사례를 참고해 2016년 처음 국내 도입된 범죄피해평가 제도 활용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청은 해당 제도가 활용된 사건이 2019년 897건에서 2020년 988건, 지난해 1391건으로 1년새 41%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참여자의 85%는 여성이고, 혐의별로는 성폭력(640건), 폭행·협박(374건), 살인(86건) 순이었다. 관련 예산도 지난해 2억7300만원에서 올해 3억7800만원으로 확대됐다. 심보영 경찰청 피해자보호기획계장은 “지난해 전국 208개서에서 운영한 범죄피해평가 제도를 올해 하반기까지 230개서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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