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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현장에서] 지하철 결혼은 거짓, 감동은 진실

등록 2006-02-16 19:15

유선희 기자
유선희 기자
뭉클한 감동을 준 ‘지하철 결혼식’은 결국 한 대학 동아리 학생들의 창작 상황극으로 밝혀졌다. 자신을 ‘고아’라고 밝힌 신랑이 “결혼 비용이 없어 우리가 처음 만난 전동차 안에서 결혼식을 올린다”고 말하고는 눈물을 흘리는 신부에게 반지를 끼워 주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에 대해선 처음부터 진위 논란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넷 매체는 물론 많은 신문과 방송들이 이 사연을 앞다투어 소개한 뒤 결혼식은 쉽사리 진짜로 자리매김됐다.

오랜만에 접하는 감동적 사연 앞에 많은 사람들은 흥분했다. “돈을 모아 신혼여행을 보내주자”는 서명운동이 벌어졌고, 결혼업체들은 웨딩 촬영과 결혼식, 신혼여행을 무료로 해주겠다고 나섰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이들을 찾는 전단지를 붙이고,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 사연을 소재로 삼은 논평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 결혼식은 호서대 연극과 동아리 학생 6명이 ‘결혼식’이라는 제목으로 세차례 공연한 게릴라식 실험극이었다. 소외받고 가난한 사람들의 아름다운 결혼식을 시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의도였다고 한다. 결혼식이 연극으로 판명나자 누리꾼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농락당했다”, “언론이 사실 확인 없이 보도했다”는 흥분의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일부에선 “왜 실망하는지 모르겠다. 우리 마음속에 인정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계기가 됐다”, “정치인들의 거짓말에 견줘 이 학생들의 거짓말은 훌륭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모두 ‘깨어나기 싫은 꿈’을 깬 모습이다.

지난 사흘간, 우리 사회에는 잔잔한 감동과 온정이 넘쳤다. 그들의 사연은 ‘거짓’일지 몰라도 감동은 ‘진짜’였던 셈이다. 각박하고 메마른 현실에서 자그마한 감동에 목말라하던 우리들의 마음이 거짓을 진실로 믿도록 만든 것은 아닐까.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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