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정보위원들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참석해있다. 공동취재사진
국가정보원을 관할하는 국회 상임위원회인 정보위원회(정보위)의 회의를 공개하지 않도록 한 국회법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상 국회 회의를 공개하는 것이 원칙인데, 정보위 회의만 예외로 비공개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27일 시민단체 국정원감시네트워크와 군인권센터가 “정보위 회의를 비공개하도록 한 국회법 제54조의2 제1항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7(위헌)대 2(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헌법은 국회 회의를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헌법상 의사공개원칙은 모든 국회 회의를 항상 공개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에는 헌법상 정하는 일정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이 정하는 회의 비공개 절차나 사유는 매우 구체적이고, 이에 대한 예외도 엄격히 인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헌법 제50조는 ‘국회의 회의는 공개한다. 다만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거나 의장이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또 “국회법 제54조의2 1항은 정보위 회의 일체를 비공개하도록 정함으로써 정보위 활동에 대한 국민의 감시와 견제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 조항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이 조항에는 “정보위의 회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 다만, 공청회 또는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경우에는 위원회 의결로 이를 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은애·이영진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정보위 회의는 실질적으로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으므로,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회의를 비공개할 필요가 있다. 해당 조항은 국가기밀을 보호하고 국가안전보장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했다.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정보위 회의를 공개하지 않도록 한 국회법 조항은 이날 즉시 효력이 정지됐다. 헌재 관계자는 이날 결정을 두고 “헌재는 국회 회의 공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의사공개원칙을 선언하고 있는 헌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정보위쪽은 헌재 판결 취지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경협 국회 정보위원장은 “헌재 판결에 따라 회의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되 국가안보와 직결된 정보보고나 심의의결은 별도 의결 거쳐서 비공개로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2018년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심사를 모니터하기 위해 정보위 법안심사소위원회 방청과 회의록 공개를 신청했으나, 국회법을 이유로 거부당했다. 이에 이 단체는 “국회법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국회 의사공개 원칙을 위배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군인권센터도 2019년 국회에 정보위 회의 내용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했으나,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군인권센터는 소송 중 국회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두 사건은 병합돼 이날 함께 선고됐다.
손현수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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