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차로 차량에 타고 있는 운전자에게 침을 뱉은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항소심에선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신체를 접촉하지 않았더라도 폭행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봤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3부(김춘호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폭행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ㄱ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ㄱ씨는 지난 2020년 8월 영동대교 북단 사거리에서 유턴하기 위해 2차로에서 1차로로 끼어드는 과정에서 40대 남성인 피해자 ㄴ씨가 양보해주지 않자 차에서 내려 ㄴ씨의 차량 보조석에 침을 뱉은 혐의를 받는다. ㄴ씨는 ㄱ씨가 뱉은 침이 조수석 창문의 열린 틈으로 들어와 자신의 팔에 묻었다고 주장했지만, ㄱ씨는 조수석 창이 열려있는지 몰랐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5월 1심 재판부는 피해자 팔에 묻었다고 주장하더라도 침이 묻었다는 증거가 없고, 설령 묻었다고 할지라도 피고인이 침을 묻힐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 당시 피해자와 피고인은 서로 욕설을 주고받고 있었으므로 피해자 차량 조수석 창문은 열려있었고, 피고인이 침을 뱉어 피해자 차량 조수석 창문에 침이 묻은 사진이 있는 등 침의 일부가 피해자 차량 내로 들어왔다고 봄이 타당하다”면서 “설령 피고인이 뱉은 침이 피해자에게 닿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폭행죄는 폭력 행위의 도구가 반드시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폭행 혐의를 유죄라고 봤다. 침이 묻었느냐 여부가 아닌 피해자가 겪은 육체적·정신적 고통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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