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 지역의 굴 양식 업체에서 일하며 기중기 제작 업무를 하다 급성 뇌출혈로 숨진 노동자에게 근로복지공단이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는 굴 양식 업체에서 일하다 숨진 ㄱ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30일 밝혔다. ㄱ씨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ㄱ씨는 2017년 12월1일부터 굴 양식 업체 한곳에서 근무하면서 양식장 관리와 굴 채취 등 업무를 해왔다. 이듬해 9월6일 오후 5시55분 회사 사업장에서 호이스트(가벼운 물건을 들어 옮기는 기중기)를 제작하다 쓰러졌고, 근처 병원으로 옮겨진 뒤 1시간 남짓 지난 저녁 7시13분 숨졌다. 급성 뇌출혈이 원인이었다. 유족은 “ㄱ씨의 죽음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신청했다. ㄱ씨가 급성 뇌출혈 발병 한달 전인 2018년 8월 초 시작된 호이스트 설치 공사 때문에 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야외에서 에이치(H)빔 1개의 무게가 13~14톤에 달하는 고철을 용접하며 강도 높은 육체노동을 했고, 여기에서 기인한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급성 뇌출혈이 발생했으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2019년 6월3일 근로복지공단은 “ㄱ씨의 업무시간과 업무량, 구체적인 업무내역, 단기적·만성적 과로내역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업무적 사유로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거절했다. ㄱ씨 유족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ㄱ씨의 죽음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ㄱ씨가 수행한 호이스트 제작 업무는 무게가 13~14톤에 이르는 에이치빔을 절단, 용접, 위치변경, 이동을 요하는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인데, ㄱ씨 사망 한달 전 통영의 최고 기온이 30도가 넘는 날이 19일에 이르렀다. 여름철 무더운 야외에서 육체적 강도가 높은 작업을 수행했으므로 많은 체력 소모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중대 사고의 위험이 상존하는 작업 환경도 ㄱ씨에게 상당한 정신적 긴장을 가져오게 했을 것”이라며 업무와 급성 뇌출혈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이어 “사업주가 ㄱ씨에 대한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ㄱ씨 사망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면 이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게 되고, 이 사건 작업일지에도 ㄱ씨의 사망이 사고가 아닌 뇌출혈에 의한 질병사로 확인됐다고 기재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는 점 등을 보면 회사 쪽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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