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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만리재사진첩] 100살 넘은 방앗간의 설맞이 정경

등록 2022-01-30 15:05수정 2022-01-30 15:14

이른 아침부터 북적이는 능파 방앗간 모습. 곡성/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른 아침부터 북적이는 능파 방앗간 모습. 곡성/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전라남도 곡성군 석곡면 한적한 주택가. ‘방앗간’ 세 글자가 가리키는 곳에 ‘능파 방앗간’이 자리잡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꼬순 참기름 냄새가 진동을 한다. 설 명절을 앞둔 방앗간은 말 그대로 쉴 틈 없이 바쁘다. 방앗간 내부는 동이 트기도 전 쌀을 들고 온 손님들로 북적인다. 그뿐이랴. 하루 먼저 불려놓은 쌀들이 알록달록 바가지에 담겨 줄을 서 있다. 이미 4층, 5층까지 쌓인 찜통에서는 하얀 김이 피어오른다. 뽀얗게 찜기에서 나온 떡은 가래떡 기계를 두 번 거쳐야 이내 완연한 모습을 드러낸다. 가래떡은 뽑자마자 참기름을 바른 뒤 건조대로 옮겨진다. 능파 방앗간의 참기름은 이미 다른 동네에서도 유명한 명물이다.

전날 불려놓은 쌀들이 알록달록 대야에 담겨있다. 대롱대롱 매달린 이름표는 대야에 붙었다가 찜통에 붙었다가 박스까지 붙어 주인에게 돌아간다. 백소아 기자
전날 불려놓은 쌀들이 알록달록 대야에 담겨있다. 대롱대롱 매달린 이름표는 대야에 붙었다가 찜통에 붙었다가 박스까지 붙어 주인에게 돌아간다. 백소아 기자

능파방앗간 안주인 정명자씨가 찜통을 확인하고 있다. 주문예약부터 떡이 완성되기까지 물 흐르듯 정 씨의 정성스런 솜씨로 이어진다. 백소아 기자
능파방앗간 안주인 정명자씨가 찜통을 확인하고 있다. 주문예약부터 떡이 완성되기까지 물 흐르듯 정 씨의 정성스런 솜씨로 이어진다. 백소아 기자

할아버지 때부터 3대째 이어진 기름집과 30여 년 전부터 시작한 떡 방앗간까지…. 주인인 강칠수씨는 방앗간의 정확한 나이를 알지 못한다. 그저 3대에 걸쳐 지나온 시간이 100년 정도 된다는 것 정도다. 주인 강 씨와 아내 정명자씨는 몇 년 전 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일을 줄이려 하지만 명절마다 찾아오는 손님들의 성의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다.

아침부터 난로 주변에 자리 잡은 손님들이 예닐곱 명, 떡이 나오면 알아서 박스를 접고 비닐을 깐다. 누가 직원이고 누가 손님인지 알 수 없는 것이 능파방앗간의 모습이다. 한 할머니가 부른 콜택시, 기사는 자연스럽게 떡을 옮기고 자신의 간식으로 가래떡 한 줄을 챙겨간다. 이방인에게는 신기하기만 한 이들의 자연스러움이 100살 넘은 어르신 방앗간의 세월을 보여주는 듯하다. 힘들어도, 불안해도, 그럼에도 설 명절이다.

아흔살 백동림 할머니(왼쪽)와 정봉덕 할머니(오른쪽)가 갓 나온 가래떡에 참기름을 발라 정성스럽게 섞고 있다. 두 분의 손을 보면 이미 가래떡이 세상일품의 손맛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백소아 기자
아흔살 백동림 할머니(왼쪽)와 정봉덕 할머니(오른쪽)가 갓 나온 가래떡에 참기름을 발라 정성스럽게 섞고 있다. 두 분의 손을 보면 이미 가래떡이 세상일품의 손맛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백소아 기자

곡성/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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