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금 115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강동구청 공무원 김아무개씨가 3일 오전 서울 광진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한 주식 유튜버는 “미수 쓰다 반대매매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으로 사흘 만에 ‘마이너스 7천만원’이 된 주식 계좌를 공개했다. 일부 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외상으로 사는 ‘미수거래’를 했다가 사흘 안에 결제금액을 채워 넣지 못해 보유한 주식이 하한가에 강제로 처분(반대매매)되면서다. 10만명이 넘게 본 이 영상엔 “절대 저렇게 주식매매 하면 안 된다고 배웁니다” 등의 댓글이 여럿 달렸다.
최근 거액의 공금 횡령으로 수사를 받은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과 서울 강동구청 공무원도 ‘고위험 고수익’ 투자 방식인 미수거래에 손을 댔다가 원금을 찾지 못하며 공금 횡령이라는 범죄의 늪에 빠진 경우다. 지난해 동학개미들의 ‘빚내서 투자’ 행렬이 유행처럼 번졌지만 최근 주가가 받쳐주지 못하자 곳곳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끌 투자’의 그림자가 서서히 드러나는 것이다.
3일 검찰에 송치된 강동구청 7급 공무원 김아무개(47)씨는 주식투자로 진 빚을 변제하려고 2019년 3월부터 공금을 횡령하기 시작해 수십개 종목에 투자했으나, 결국 공금 77억원 대부분을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회삿돈 2215억원을 횡령해 구속된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 이아무개(45)씨도 ‘한방’을 노렸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대기업이 동진쎄미켐을 인수한다는 소문으로 회삿돈 약 400억원을 증거금으로 1430억원 상당의 주식을 샀다. 그러나 인수 정보가 허위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는 회삿돈 1400억원을 추가로 횡령해 미수거래 잔금을 납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에도 주가가 회복되지 않자 이씨는 약 300억원의 손실을 보며 주식을 판 것으로 파악됐다.
두 사람의 경우 공금에 손을 댄 극단적인 사례다. 그러나 최근 국내 증시 급락으로 이들처럼 미수거래를 했다가 청산되는 반대매매 규모는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빚내서 투자에 대한 경고음이 나온다. 코스피는 지난 한달 동안 10% 급락하면서, 1월 말 장중에는 2600선을 밑돌았다. 금융투자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달 하루 평균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비율은 6.8%(205억원)로 집계됐다. 12월 하루평균 2.4%(148억원)보다 약 39% 급증했다. 지난달 26일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율은 11.7%(289억원)까지 치솟으면서 지난해 5월25일(12.0%) 이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