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직으로 2년 넘게 일한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하는 사업주가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이 아닌 기간제로 채용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 뒤 파견 노동자의 고용형태를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내놓은 첫 판단이다. 불법파견으로 적발되고도 노동자에게 기간제 등 불안정한 고용 계약을 강요해온 사업주의 꼼수 채용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티제이비(TJB) 대전방송>에서 일했던 ㄱ씨가 방송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지난달 27일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ㄱ씨는 대전방송에서 2006년부터 약 10년 동안 일했다. 첫 4년은 아르바이트로 일했고, 2010년 7월부터 2014년 7월까지 4년 동안은 파견업체와 근로계약을 맺고, 일은 대전방송에서 하는 파견노동자로 근무했다. 그 뒤 대전방송은 2015년 7월까지 1년 간 ㄱ씨를 기간제로 채용하고, 2016년 7월까지 한 차례 근로계약을 연장했다. 2007년 시행된 개정 파견법에 따라 2년 넘게 일한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는 경우 직접 고용해야 하는데, 직접 고용 형태가 법에 별도로 명시돼 있지 않은 탓에 방송사가 기간제로 ‘꼼수’ 고용한 것이다. 대전방송은 2016년을 끝으로 더는 ㄱ씨와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않았다. 이에 ㄱ씨는 “계약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합리적 이유없이 침해한 행위라 실질적으로 해고”라며 대전방송을 상대로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이에 대전방송은 “ㄱ씨와 근로계약은 2015년 7월 한차례 갱신됐다가 2016년 7월 기간 만료로 종료됐다. 기간만료 종료일 뿐 ㄱ씨를 해고한 적이 없다. 갱신 거절이 해고라 해도 정당한 사유가 있어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ㄱ씨 손을 들어줬다. 대전방송의 2016년 7월 갱신 거절이 무효라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근로계약은 기간제법 조항이 요구하는 2년에서 1일이 부족하다. 이 사건 갱신 거절은 합리적 사유가 있다기 보다는 기간제 근로자를 기간 정함 없는 근로자로 전환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자 이를 회피하기 위한 의도로 행해진 것으로 보인다. 갱신 거절은 사실상 해고에 해당하며 정당한 이유가 없어 무효”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2심은 1심 판결을 뒤집었다. 2심은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였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사업주는 파견법 직접 고용 의무 규정에 따라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을 체결함이 원칙이다. 특별한 사정의 존재는 사업주가 증명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전방송은 ㄱ씨를 2년을 초과한 기간 동안 파견 근로자로 사용해 파견법상 직접 고용 의무 규정에 따라 ㄱ씨를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다. 대전방송은 ㄱ씨와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을 체결했어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불법파견 관련 소송을 다수 맡은 권영국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을 두고 “파견법의 취지가 파견노동자 고용 안정에 있는데도 특별한 사정 없이 기간제 계약 등을 맺어 계속 불안정하게 고용하는 것은 (파견법상) 직접고용을 한 걸로 볼 수 없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이 사업주의 법 회피에 제동을 걸었다”고 평가했다.
전광준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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