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배임 혐의를 받는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이 지난해 11월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오수(64)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첫 공판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주가조작을 의뢰한 적 없으며 그럴 이유도 없다는 취지다. 권 전 회장과 함께 기소된 공범 대부분도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유영근) 심리로 4일 열린 1회 공판기일에서 권 전 회장 쪽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고 말했다. 공범 중 증권사 출신으로 주가조작에 가담한 김아무개씨만 혐의를 일부 인정했고, 구속기소된 ‘선수’ 이아무개씨를 비롯한 나머지 공범 7명도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권 전 회장은 2009년 12월~2012년 12월까지 3년간 주가조작 ‘선수’ 및 전직 증권사 임직원과 공모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는다. 검찰은 권 전 회장이 회사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확보해주고 본인도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주가조작을 의뢰했다고 보고 있다. 권 전 회장 등은 156개 계좌를 동원해 주식 대량매집을 하고 가장·통정매매(서로 짜고 주식을 매매하는 것), 고가매수(직전가 또는 상대호가 대비 고가매수 주문을 넣는 것) 같은 시세조종성 주문을 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권 전 회장 등이 이러한 방식으로 2천원 후반이었던 주가를 약 8천원까지 띄우거나, 주가하락을 방어했다고 보고 있다.
권 전 회장 쪽은 “시세조종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권 전 회장 변호인은 “우회상장 후 투자자에게 수익을 보장해준 사실이 없고, 도이치모터스 최대주주로서 경영권 유지를 위해 주식을 계속 갖고 있어야 할 권 전 회장이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시세조종을 할 이유도 없다. 통상 시세조종이 6개월 안에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3년간 꾸준히 주가조작을 했다고 보는 건 객관적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공범들과의 공모 혐의에 대해서도 “일부와 사적 인연을 맺어 회사 홍보를 맡기긴 했으나, 대주주여서 처분할 이유가 없는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대해 불법한 행위를 하라고 한 사실이 없다. 공동 피고인들이 불미스러운 행동을 했어도 권 전 회장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통상 주가조작으로 인한 시세차익이 반드시 대주주의 지분매각을 통한 이익실현만을 위해 이뤄지는 것은 아닌데, 권 전 회장 쪽은 “대주주가 주식을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혐의를 부인하는 것이다.
함께 기소된 공범들도 공소사실 불특정 및 시세조종을 통해 이익을 얻지 못한 점 등을 들어 대체로 혐의를 부인했다. 전직 증권사 임원으로 증권사 동료 직원들과 함께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아무개씨만 주가조작 관련 혐의를 인정했다.
한편 지난해 12월3일 구속기소됐을 당시까지만 해도 도이치모터스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던 권 전 대표는 이날 피고인의 나이·직업 등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에서 “도이치모터스 전 대표”라고 말하며 대표직에서 물러났음을 밝혔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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