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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연이틀 세상 등진 동갑내기 두 청년…극단 치닫는 ‘사이버 불링’

등록 2022-02-06 17:12수정 2022-02-07 02:03

스트리머, 배구 선수 사망…오랫동안 악성 댓글에 시달려
명예훼손·모욕 등 온라인 괴롭힘 몇년 사이 급속도로 증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4일 김인혁(27·삼성화재 블루팡스) 프로배구 선수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고, 5일 인터넷방송 스트리머 ‘잼미님’(본명 조장미·27)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특정인에 대한 ‘사이버불링’(온라인 괴롭힘) 문제 해결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두 사람 모두 생전에 악성 댓글과 근거 없는 비난 등으로 오랫동안 고통을 호소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실시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의 커뮤니티에서 조씨의 삼촌이라고 밝힌 게시글 작성자는 “장미는 그동안 수많은 악플과 루머 때문에 우울증을 심각하게 앓았습니다”라며 “유서도 남겼고 그 글을 통해 평소 장미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괴롭힘을 당했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라고 밝혔다. 김씨의 사망경위를 조사한 경찰은 <한겨레>에 “사망 현장에서 발견된 메모에서 악성 댓글과 관련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지만, 김씨도 지난해 8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저를 옆에서 본 것도 아니고 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저를 괴롭혀온 악플 이제 그만해주세요. 버티기 힘들어요”라는 심정을 토로한 적이 있다.

두 사람은 주로 남초 커뮤니티 누리꾼들에게 좌표를 찍혀 공격을 받아왔다. 조씨는 지난 2019년 ‘남성혐오 제스처’를 했다는 이유로 유튜버들에게 ‘저격’을 당한 이후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실시간 방송 대화창에 지속적으로 비난과 공격이 이어졌다고 한다. 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에도 온라인에는 그를 조롱하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김씨는 ‘화장을 한 것 같다’는 이유로 “남자가 왜 화장을 하나”, “게이, 트젠(트렌스젠더) 같다”는 인스타그램 다이렉트메시지(DM)와 댓글들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는 최근 몇년 사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6일 경찰청 통계를 보면,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사건(입건)은 지난 2014년 8880건에서 2020년 1만9388건으로 118.3% 급증하고, 검거 건수도 6241건에서 1만2638건으로 102.5% 늘어났다. 특히 온라인 괴롭힘이 여성이나 나이가 어린 약자들에게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김수아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는 “온라인 학대의 경우 여성이나 소수자 등 취약한 대상에게 이뤄지는데 유명인들도 그중 하나가 된다”며 “특히 조씨의 사례는 여성혐오적 온라인 문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부)도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사건이 사회적 권력을 덜 가지고 있는 약자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이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 표현 규제와 온라인 괴롭힘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음·네이버 등 포털사이트는 이러한 문제가 계속되자 연예뉴스 댓글 창을 닫는 등 최소한의 조처를 했지만 실시간 방송, 유튜브 등의 플랫폼 등은 혐오·온라인 괴롭힘 게시물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이승현 연세대 법학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현재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들은 문제가 되는 표현들을 규제하는 데 따르는 법적 책임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법령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수아 교수는 “플랫폼 기업이 개인에 대한 공격을 심각하게 간주하고 특정 개인이 명예훼손과 욕설 등의 신고 접수를 할 때 모니터링을 더 많이 하여 해당 계정에 대한 공격을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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