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경기도 화성시 화성외국인보호소 앞에서 열린 ‘외국인보호소 고문사건 피해자 보호일시해제 환영’ 기자회견. 지난해 6월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새우꺾기’ 피해를 입은 뒤 8개월만에 보호일시해제가 결정돼 박으로 나올 수 있게 됐다. 장예지 기자
“프리덤(freedom·자유), 저스티스(justice·정의)! 자의적 구금은 있어선 안 된다. 구금된 보호 외국인들에 대한 고문과 감금을 반대한다. 저 안(화성외국인보호소)에 있는 나의 친구와 형제들에 대한 고문을 멈춰라.”
지난해 6월 경기도 화성시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뒷수갑을 채워 손목을 포박하고 등 뒤로 두 발을 묶은 채 새우등처럼 몸을 꺾게 하는
‘새우꺾기’ 가혹행위를 당했던 모로코 출신 난민신청자 ㄱ씨가 8일 오후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일시적으로 풀려났다. 그동안 ㄱ씨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고, 두 차례 보호일시해제 신청을 했다. 법무부는 자체 진상조사 뒤 인권침해가 있었음을 인정했지만, 8개월이 지나서야 ㄱ씨를 풀어줬다. 그렇게 풀려난 ㄱ씨의 일성은 “고문과 감금을 멈추라”는 것이었다.
보호소를 나온 ㄱ씨는 이날 화성외국인보호소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는 이 곳(화성외국인보호소)을 ‘화성 관타나모’라고 부른다. 이 곳은 반인도적 범죄가 일어나는 곳이다. 내가 겪었던 하루하루, 매 순간을 모두 기억하고 말할 것이다. (보호외국인에게) 머리보호대를 씌워서도, 포승줄로 묶어서도 안 된다. 머리보호대는 고문하기 위한 도구였다. 자유와 정의가 (보호소 안) 형제들에게도 머물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 수행을 위해 쿠바 관타나모에 수용소를 설치했다. 미국법이 적용되지 않는 관타나모에서는 장기간 불법 구금과 고문 등이 행해져 왔는데, 화성외국인보호소 현실과 운영 방식이 이와 유사하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화성외국인보호소에 머무르는 모로코 출신 ㄱ씨가 지난해 6월10일 보호소 공무원들에 의해 뒷수갑을 찬 채 포승줄로 두 발이 묶인 이른바 ‘새우꺾기’ 자세를 한 채 독방으로 된 특별계호실에 격리됐다. 특별계호실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갈무리·ㄱ씨 대리인단 제공
외국인보호소 고문사건 대응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이번 법무부 조처에 대해 “너무 늦게 이뤄진 결정”이라고 말했다. ㄱ씨와 공대위는 지난해 7월부터 가해자와의 분리 및 적절한 의료 조처를 요구하며 한시적으로나마 구금을 풀어달라는 보호일시해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지난해 8월 “인도적 사유가 불충분하다”며 거부했다. ㄱ씨는 두달 뒤 다시 구금해제를 신청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ㄱ씨가 장기간 가혹행위로 트라우마가 생겼고, 이로 인해 보호소 직원을 볼 때마다 불안장애·공황·불면증 등이 심해지고 있다. 외국인보호소의 일반적 치료만으로는 ㄱ씨의 상태를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보호일시해제를 권고했다. 법무부는 지난 1월에야 외부 의료기관의 정신과 의사 소견을 받은 뒤 보호일시해제를 결정했다.
ㄱ씨를 대리하는 이한재 변호사는 “인권침해 피해자가 보호소에서 가해자에게 감시와 지시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법무부는 건강이 위중하다는 소견이 없으면 ㄱ씨를 내보낼 수 없다고 했다.
법무부는 피해자 동의 없이 CCTV와 ㄱ씨의 형사사건기록을 공개하는 등 2차 가해까지 했다. 법무부 스스로 인권침해를 인정했는데도 보호일시해제를 장기간 미룬 이유는 보호외국인을 보호가 아닌 대결의 대상으로 인식해서 그런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세상 밖으로 나온 ㄱ씨는 난민 인정을 받기 위한 소송뿐 아니라 화성외국인보호소가 ㄱ씨를 상대로 낸 형사 고발 사건에도 대응해야 한다. 보호소 쪽은 ㄱ씨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 등 3가지 고발을 한 상태다. 공대위 역시 ㄱ씨에 대한 보호소 직원들의 행위가 위법한 공무집행이었다며 헌법소원을 낼 예정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보호장비 사용 및 특별계호실 수용 절차와 기간 등에 대한 규정 개선을 약속했다. 다만 ㄱ씨에 대한 사과나 보호소 책임자에 대한 징계·처벌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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