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는 9일 오후 서울의 한 약국에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가 품절 상태다. 연합뉴스
약국·온라인 등에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구하지 못해 시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60살 미만 키트 무상 제공을 놓고 정부가 몇 시간 만에 말을 바꿔 되레 혼란이 커지고 있다. 자가검사키트 품절 대란이 며칠째 이어지자 정부는 최악의 경우 수출통제와 가격제한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9일 오전 7시께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자가검사키트를 무상으로 공급하기 어렵냐’는 질문에 “무상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손 반장은 “(유전자증폭 검사를 바로 할 수 없는) 60살 미만 연령대는 (신속항원검사를 하는) 보건소나 동네병원을 찾아가야 하므로 이 부분에서 자가검사키트를 무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어떤가 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필요한 사람과 필요 없는 사람 등 지급의 효율성 문제가 있어 그 부분들을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상 지급은 하되,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마련 중이라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손 반장은 이날 오전 11시 중수본 정례브리핑에서 “(무상지원) 방안이 확정되어 있지 않다. 여러 아이디어 차원에서 (이야기가) 지금 나오고 있는 중이고 질병관리청에서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입장을 번복했다.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추경예산안조정소위에 나온 류근혁 보건복지부 2차관도 “저희 판단에 따르면 하루 1000만개 정도 생산이 가능하고, 2월 중에는 2억개, 3월중 3억개 가까이 생산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전국민 자가검사키트는 전국민 배포하려면 수억개가 필요해 현재 단계에서 감염취약계층에 우선 지원해드리고 전체 국민은 별도로 다른 방향으로 검토하는게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자가검사키트 수급 불균형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생산업체가 세 개인데, 두 개를 더 추가해서 생산량을 늘릴 것이며, (중략) 최악의 경우 수출통제도 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매점매석에 엄정 대응하고 가격 제한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방역당국은 선별진료소 등에서 신속항원검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각 가정에 키트를 갖출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키트 구입을 원하는 시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일부 어린이집은 등원 전 검사를 권하고 있고, 일부 회사는 키트 진단으로 확진 여부를 검사한 뒤 출근하도록 하고 있다. 오미크론의 증상이 콧물·두통·재채기·인후통 등이다 보니 감기와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아 키트를 ‘상비약’처럼 갖추고자 하는 시민들이 대다수다. 7살 아이를 키우는 이아무개씨는 “어린이집에서 주 2회 선제검사를 권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키트를 주문을 했는데 2주 뒤에 배송이 된다고 하고 배송 지연 문자만 뜬다”며 “약국을 돌아 겨우 2개 들이 2세트를 샀는데 한 세트에 2만원이나 내야했다”고 말했다. 1만4000원에 판매되던 키트가 약국에서도 2만원까지 오른 상황이다. 6살 아이를 키우는 정아무개씨는 “단순 감기인데 선별진료소에 가서 1시간씩 대기하다가 코로나에 걸릴까 더 두렵다”며 “약국을 돌고 돌아 3세트 정도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물량이 충분하다. ‘일시적’ 문제로 설 연휴 이후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했지만, 키트 부족은 여전하다. 식약처는 2월 둘째주부터 약국과 온라인 등에 키트가 대거 공급될 거라고 설명했지만 여전히 키트 대부분은 선별진료소 등에 공급되고 있다. 온라인에서 키트를 판매하는 한 업체는 “키트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2월16일 이후 순차발송된다. 생산량의 대부분이 질병관리청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며 “급한 분들은 보건소 등을 이용해 검사받기를 추천한다”는 공지를 올렸다.
시민들은 지역 맘카페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초기 마스크 대란 때처럼 키트 구입이 가능한 판매처 정보를 공유 중이다. 한 누리꾼은 “○○보건소는 가족증명서를 가지고 가면 가족 수대로 키트를 받을 수 있다”는 글을 올렸고, 또 다른 누리꾼은 “동네 구석의 작은 약국 등은 아직 키트가 남아있다”는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시민들의 우려에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지나치게 자주 선제적으로 검사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과)는 “진단 검사를 하는게 개인의 관점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증상이 있을 때 쓰는 것은 도움이 된다”며 “다만 무증상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검사를 하는 게 (증상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미생물학교실)는 “가능한 앞으로 한 달 정도는 사람과의 접촉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며 “키트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더라도 호흡기 질환이라면 2~3일간은 가족 간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주변 소독을 잘 하는 등 기본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황춘화 장현은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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