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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불법파견 제대로 처벌 않고 ‘시정요구’ 노동자만 옥죄는 검찰·법원

등록 2022-02-09 17:02수정 2022-02-10 02:35

“불법파견·비정규직 시정” 농성했던
김수억 전 기아차지회장, 1심 실형
김수억 전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 지회장. 연합뉴스
김수억 전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 지회장. 연합뉴스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다 재판에 넘겨진 김수억 전 금속노조 기아차비정규직지회장이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선고됐다. 불법파견에 대해 제대로 된 처벌을 하지 않은 검찰과 법원이 유독 노동자들에게 엄격한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선일)는 9일 일반교통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지회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지회장이 다른 농성 사건으로 별도의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해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함께 기소된 노동자 16명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2명),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3명), 100∼200만원의 벌금형(11명)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노동자들의 요구 사항이 사실상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주장을 한 방식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불법파견이나 비정규직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 피고인들의 주장 자체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면서도 “대외적으로 주장을 제시하는 방법은 실정법을 따라야 하는데 피고인들은 그런 선을 넘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김 전 지회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하는 등 피고인 17명에게 모두 합해 징역 21년2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검찰 구형보다는 형량을 대폭 낮춰 선고했지만, 결국 이들의 농성을 유죄로 본 것이다.

앞서 이 사건은 검찰이 노동자들에게 중형을 구형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노동사건을 대리한 변호사들은 과거 노동자 폭력시위 때도 이 정도 구형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집회·시위 사건은 불법을 저지르고자 하는 고의보다는 그 행위를 하게 된 동기를 참작하는 측면이 커서 벌금형 혹은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검찰이 피고인 전원에게 실형을 구형했고, 김 전 지회장의 경우 재판부도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을 선고했다.

이 때문에 이날 판결을 두고 재벌·대기업에 관대한 법원과 검찰이 노동자에게 가혹한 법의 잣대를 적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권영국 변호사는 “과도하다는 수준을 넘어 정의 관념에 반하는 판결이다. 노동자들의 항의는 불법파견 판결에도 검찰이나 고용노동부가 자신들의 감독권한이나 수사권한을 행사하지 않아, 불법을 시정하라고 한 것을 사회적으로 타당성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판부가 이들의 행동을 놓고 ‘선을 넘었다’고 했는데, 검찰은 벽을 뛰어 넘은 거나 마찬가지다. 법이 질타해야 하는 부분은 검찰과 노동부다”라고 덧붙였다. 금속노조도 이날 입장문을 내어 “공권력과 법원은 법이 명백히 금지한 사내하청 불법파견 노동을 계속하는 재벌과 대기업에 제대로 처벌을 내린 적이 없다. 유독 노동자에 엄격하다. 지난 20년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선을 넘으며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다면 이날 법정의 판사도 ‘비정규직, 불법파견이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지회장 등 17명은 2018년 7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과 대검찰청 등 관공서를 점거하고 농성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현대·기아차의 불법 파견 문제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대응을 문제 삼으며 장관 등과의 면담을 요구했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현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등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며 대검 민원실에 들어가 점거농성을 벌였다. 2019년 1월 청와대 앞에서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고 김용균씨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불법파견 철폐,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 등을 요구하는 시위도 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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