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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용훈 대법원장 “두산 판결로 법원이 국민신뢰 잃어”

등록 2006-02-17 11:37수정 2006-02-17 14:43

“국민 수긍하겠나”…보수언론은 ‘법관독립성 침해’ 우려
이용훈 대법원장이 “사법부 신뢰회복을 위해선 화이트칼라 범죄를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밝혀, 그동안 기업주 등의 비리와 횡령 범죄에 대해 관대한 판결을 내려온 법원 관행이 달라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17일 대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법원장은 최근 단행된 법원 정기인사에서 차관급인 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한 법관 19명과 법원행정처 간부들을 이달 10일 저녁 서울 한남동 대법원장 공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했다.

이 대법원장은 이 자리에서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엄정하게 판결해야 한다. 어제(9일) 언론에 보도된 사건은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 대법원장 “절도범은 실형, 수백억 횡령은 집행유예… 국민이 수긍 못해”

이 대법원장이 발언에서 명시적으로 ‘두산 판결’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발언은 사실상 서울중앙지법의 ‘두산 판결’을 겨낭한 것을 해석된다.


지난 9일에는 전날(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강형주 부장판사)이 286억원 횡령 및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두산그룹 전 회장 박용오씨와 박용성씨 등 11명에 대해 공소사실 모두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전원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사실이 각 언론에 주요하게 보도되었다. 이 판결에 대해 일부 언론은 “유전무죄, 무전유죄” “기업주에만 솜방망이처벌”이라는 비판을 했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만찬에서 “절도범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기업범죄에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다면 국민이 수긍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른 참석자는 “이 대법원장이 `두산 사건'이라고 못박지는 않았지만 당시 언론에서 두산 사건을 연일 비판한 점에 비춰 박용성 형제 등에게 내려진 판결을 염두에 두고 화이트칼라 범죄 엄단을 강조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두산그룹 1심 재판장 강형주 수석부장판사, 유일하게 만찬 참석 안해

한편 이날 초청받은 19명의 고법 부장판사 승진자 중 두산그룹 사건의 1심 재판장이었던 강형주 광주지법 수석부장판사는 유일하게 참석하지 않았다.

강 부장판사는 “만찬 다음날 선고 기일이 예정돼 있어서 참석하지 않았다”며 “대법원장께서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전해듣긴 했지만 그에 대해 제가 뭐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저는 판결로서 모든 것을 말했다”며 말을 아꼈다.

동아일보는 17일자 1면에 “이 대법원장, 판결 공개비판 파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머릿기사로 다루며 이 대법원장의 발언이 법관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일부 법관들의 우려를 전했다.

참여연대 “기업범죄에 대한 온정적 처벌 법원 내부에서도 심각하다는 것 보여줘”
“판결 독립성 침해라고 왜곡해 비판하려는 것은 법원 개혁 차단 시도”

그러나 사법감시와 판결문 비평을 해온 시민단체가 이번 대법원장의 발언과 동아일보의 보도를 보는 시각은 달랐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박근용 팀장은 17일 <한겨레>에 “이번 대법원장의 지적은 두산그룹 총수일가 사건을 비롯해 재벌기업 기업주들에 의해 자행되어온 기업범죄에 대해 국민들이 온정적 처벌이라고 비판해온 것이 법원 외부에서만이 아니라 법원 내부에서도 지적될 만큼 심각하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며 “이를 두고 법관의 판결 독립성에 대한 침해라고 왜곡해 비판해 법원 개혁을 차단하려는 기회로 악용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이 대법원장의 발언에 대해 “법원이 국민들의 지적을 수용해서 기업 범죄에 대한 온정적 처벌을 벗어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사회지도층 인사,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처리를 강조를 강조해왔다. 이 대법원장이 청문회와 월간지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다.

국회 인사 청문회 당시 발언

제가 변호사를 하면서 우연히 저희 고등법원의 형사부 판사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그랬습니다. 고등법원 형사부 판사들은 각성해야 된다. 지금 우리나라 국민들이 왜 법원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된다 그랬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당신들 생각해 봐라, 힘없는 백성들은 전부 다 형 받아 가지고 아무 소리도 못하고 그래도 힘 꽤나 있는 사람들은 어떤 구실을 붙여서라도 다 고등법원에서 풀려 나가는 현상을 두고 어떤 국민이 사법이 정당하게 행사된다고 믿겠느냐? 당신들, 사회지도층 인사들에 대해서 양형을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응당...당신들 1억 절도했다고 그러면 그 사람 실형 안 보내겠느냐? 그런데 회사 재산 300억, 400억 횡령해서 마음대로 쓴 사람들 집행유예가 뭐냔 말이야. 그런 재판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했더니 그 담당판사가 변호사가 형을 높이라고 이야기하는 건 처음 들었다고 그런 얘기를 제가 들었습니다. 우리 형사재판, 그런 점에 있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신동아> 인터뷰

판사들한테 ‘우리 사회가 청렴한 사회로 되지 못한 데는 판사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어요. 남의 집에 들어가 1억원어치 절도한 사람에게 실형을 선고하지 않는 판사는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래놓고 200억원, 300억원씩 횡령한 기업 임직원을 집행유예하는 판결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바로 오늘날 국민이 법원의 양형을 신뢰하지 않고, 우리 사회에서 부패가 줄어들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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