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수긍하겠나”…보수언론은 ‘법관독립성 침해’ 우려
이용훈 대법원장이 “사법부 신뢰회복을 위해선 화이트칼라 범죄를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밝혀, 그동안 기업주 등의 비리와 횡령 범죄에 대해 관대한 판결을 내려온 법원 관행이 달라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17일 대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법원장은 최근 단행된 법원 정기인사에서 차관급인 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한 법관 19명과 법원행정처 간부들을 이달 10일 저녁 서울 한남동 대법원장 공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했다.
이 대법원장은 이 자리에서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엄정하게 판결해야 한다. 어제(9일) 언론에 보도된 사건은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 대법원장 “절도범은 실형, 수백억 횡령은 집행유예… 국민이 수긍 못해”
이 대법원장이 발언에서 명시적으로 ‘두산 판결’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발언은 사실상 서울중앙지법의 ‘두산 판결’을 겨낭한 것을 해석된다.
지난 9일에는 전날(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강형주 부장판사)이 286억원 횡령 및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두산그룹 전 회장 박용오씨와 박용성씨 등 11명에 대해 공소사실 모두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전원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사실이 각 언론에 주요하게 보도되었다. 이 판결에 대해 일부 언론은 “유전무죄, 무전유죄” “기업주에만 솜방망이처벌”이라는 비판을 했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만찬에서 “절도범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기업범죄에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다면 국민이 수긍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른 참석자는 “이 대법원장이 `두산 사건'이라고 못박지는 않았지만 당시 언론에서 두산 사건을 연일 비판한 점에 비춰 박용성 형제 등에게 내려진 판결을 염두에 두고 화이트칼라 범죄 엄단을 강조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두산그룹 1심 재판장 강형주 수석부장판사, 유일하게 만찬 참석 안해 한편 이날 초청받은 19명의 고법 부장판사 승진자 중 두산그룹 사건의 1심 재판장이었던 강형주 광주지법 수석부장판사는 유일하게 참석하지 않았다. 강 부장판사는 “만찬 다음날 선고 기일이 예정돼 있어서 참석하지 않았다”며 “대법원장께서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전해듣긴 했지만 그에 대해 제가 뭐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저는 판결로서 모든 것을 말했다”며 말을 아꼈다. 동아일보는 17일자 1면에 “이 대법원장, 판결 공개비판 파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머릿기사로 다루며 이 대법원장의 발언이 법관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일부 법관들의 우려를 전했다. 참여연대 “기업범죄에 대한 온정적 처벌 법원 내부에서도 심각하다는 것 보여줘”
“판결 독립성 침해라고 왜곡해 비판하려는 것은 법원 개혁 차단 시도” 그러나 사법감시와 판결문 비평을 해온 시민단체가 이번 대법원장의 발언과 동아일보의 보도를 보는 시각은 달랐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박근용 팀장은 17일 <한겨레>에 “이번 대법원장의 지적은 두산그룹 총수일가 사건을 비롯해 재벌기업 기업주들에 의해 자행되어온 기업범죄에 대해 국민들이 온정적 처벌이라고 비판해온 것이 법원 외부에서만이 아니라 법원 내부에서도 지적될 만큼 심각하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며 “이를 두고 법관의 판결 독립성에 대한 침해라고 왜곡해 비판해 법원 개혁을 차단하려는 기회로 악용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이 대법원장의 발언에 대해 “법원이 국민들의 지적을 수용해서 기업 범죄에 대한 온정적 처벌을 벗어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연합뉴스
지난 9일에는 전날(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강형주 부장판사)이 286억원 횡령 및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두산그룹 전 회장 박용오씨와 박용성씨 등 11명에 대해 공소사실 모두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전원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사실이 각 언론에 주요하게 보도되었다. 이 판결에 대해 일부 언론은 “유전무죄, 무전유죄” “기업주에만 솜방망이처벌”이라는 비판을 했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만찬에서 “절도범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기업범죄에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다면 국민이 수긍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른 참석자는 “이 대법원장이 `두산 사건'이라고 못박지는 않았지만 당시 언론에서 두산 사건을 연일 비판한 점에 비춰 박용성 형제 등에게 내려진 판결을 염두에 두고 화이트칼라 범죄 엄단을 강조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두산그룹 1심 재판장 강형주 수석부장판사, 유일하게 만찬 참석 안해 한편 이날 초청받은 19명의 고법 부장판사 승진자 중 두산그룹 사건의 1심 재판장이었던 강형주 광주지법 수석부장판사는 유일하게 참석하지 않았다. 강 부장판사는 “만찬 다음날 선고 기일이 예정돼 있어서 참석하지 않았다”며 “대법원장께서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전해듣긴 했지만 그에 대해 제가 뭐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저는 판결로서 모든 것을 말했다”며 말을 아꼈다. 동아일보는 17일자 1면에 “이 대법원장, 판결 공개비판 파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머릿기사로 다루며 이 대법원장의 발언이 법관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일부 법관들의 우려를 전했다. 참여연대 “기업범죄에 대한 온정적 처벌 법원 내부에서도 심각하다는 것 보여줘”
“판결 독립성 침해라고 왜곡해 비판하려는 것은 법원 개혁 차단 시도” 그러나 사법감시와 판결문 비평을 해온 시민단체가 이번 대법원장의 발언과 동아일보의 보도를 보는 시각은 달랐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박근용 팀장은 17일 <한겨레>에 “이번 대법원장의 지적은 두산그룹 총수일가 사건을 비롯해 재벌기업 기업주들에 의해 자행되어온 기업범죄에 대해 국민들이 온정적 처벌이라고 비판해온 것이 법원 외부에서만이 아니라 법원 내부에서도 지적될 만큼 심각하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며 “이를 두고 법관의 판결 독립성에 대한 침해라고 왜곡해 비판해 법원 개혁을 차단하려는 기회로 악용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이 대법원장의 발언에 대해 “법원이 국민들의 지적을 수용해서 기업 범죄에 대한 온정적 처벌을 벗어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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