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부작용을 보호자에게 설명했더라도 수술 동의를 받기 전까지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수술에 응할지 결정하기 위해 숙고할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는 이유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수술 뒤 반신불수가 된 환자가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요통과 근력저하로 인한 파행(정상적으로 걷지 못하는 상태)에 시달리던 ㄱ씨는 2018년 6월 경기 평택의 한 병원에 입원하고 나흘 뒤 수술을 받았다. 수술 당일 오전 10시30분께 이 병원 내과의사는 ㄱ씨 경동맥 등을 검사한 뒤 동맥경화가 없는 사람들에 비해 뇌졸중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보호자인 ㄱ씨 아들에게 설명했다. 약 40분 뒤 의료진은 ㄱ씨를 상대로 인공디스크 치환술 등 수술을 실시했다. ㄱ씨는 수술이 끝난 뒤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상체와 하체 근력도 떨어졌다. ㄱ씨는 뇌경색으로 인한 좌측 편마비(반신불수)로 모든 생활에서 다른 사람 도움을 받게 됐다. ㄱ씨는 병원을 상대로 4억4천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은 ㄱ씨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병원 의료진은 ㄱ씨 보호자인 아들에게 수술 목적, 발생 가능한 예상치 못한 결과와 상황(합병증) 등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수술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ㄱ씨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의사의 설명의무는 그 의료행위가 행해질 때까지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이행돼야 한다. 환자가 그 의사를 결정할 때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의료행위에 관한 설명을 한 다음 곧바로 의료행위로 나아간다면 설명의무가 이행됐다고 볼 수 없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따랐다. 이를 전제로 대법원은 “ㄱ씨는 이 사건 수술로 자신에게 나타날 수 있는 후유증 등 이 사건 수술에 관한 위험성을 충분히 숙고하지 못한 채 수술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ㄱ씨가 이 사건 수술에 응할 것인지 선택할 기회가 침해된 것으로, ㄱ씨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은 이 병원 의사들에게는 설명의무를 위반한 사정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병원 의사들 설명과 수술 사이에 적절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지, ㄱ씨가 숙고를 거쳐 이 사건 수술을 결정했는지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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