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결혼, 연애, 내집 마련 등 20대에게 가해지는 각종 압력이 미래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고 하루하루 살아가기 벅차게 만듭니다.”
인스타에서 ‘블루문 그림일기’ 계정을 운영하는 20대 ㄱ씨는 코로나로 사람들과 만남이 차단되고, 취업 준비 등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공황장애 증상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ㄱ씨처럼 코로나로 인한 취업난과 학업에 대한 압박감으로 인해 공황장애 증상을 호소하는 10·20대가 늘어나고 있다.
1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를 보면 10대 공황장애 환자 수는 지난 2019년 4363명에서 2020년 5143명으로 약 17.9% 증가했고, 20대에선 2019년 2만5067명에서 2만9200명으로 약 16.5% 증가했다. 전체 연령대 증가율 평균(약 7.5%)의 두배가 넘는다.
코로나19로 인해 입시나 취업 등에서 이전보다 더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도 마땅히 없다 보니 10·20대의 공황장애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등학교 때부터 공황장애 증상으로 힘들었다는 안태우(23)씨는 “공황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하게 나타나는데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과 만남이 차단되다시피 하니 더욱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ㄱ씨도 “어릴 적부터 불안에 취약한 성격이긴 했지만, 취업 준비를 하는 상황에서 겪는 압박감 등 20대에게 가해지는 각종 압력이 공황장애에 불을 붙인다”고 말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공황장애 증상으로 찾아오는 10·20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개 취업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면서도 코로나로 인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길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한다. 실제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청년층에 좀 더 심리적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전세계적인 경향이다”라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도 “부지런히 사는데도 미래가 나아진다는 낙관이 없으니 이 스트레스가 공황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0대·20대들 주변에 상담센터 등을 구축해 이들이 공황장애 증상을 쉽게 발견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임명호 교수는 “갈수록 삶이 팍팍해지는 청년층을 위한 복지 지원뿐만 아니라 고등학교나 대학 내에 상담센터를 확충해 손쉽게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의료상의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황장애 증상이 의심될 경우 빠르게 병원을 찾고 주변과 자신의 감정을 나누는 게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백종우 교수는 “공황장애는 초기에 치료하면 완치율이 매우 높은 만큼 혼자서 괴로워하지 말고 빠르게 전문가를 찾아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수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에스엔에스(SNS) 등을 통해 자신의 증상이나 느낌을 공유하면서 감정이나 생각을 정리하면 공황장애 증상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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