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기각 이틀 뒤 신변보호 여성 살해한 용의자, 숨진 채 발견

스마트워치 신고 3분만에 경찰 도착했지만 사망
범행 3일 전 피해자 가게에서 업무방해 등으로 체포
경찰 영장 신청…검찰 “혐의 소명 부족” 반려

15일 조아무개(56)씨가 범죄피해자 안전조치를 받던 여성에게 흉기를 휘두른 서울 구로구 한 술집 앞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이우연 기자

경찰의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을 살해하고 달아난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1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밤 10시12분 서울 구로구의 한 술집에서 흉기를 휘두르고 도망간 조아무개(56)씨는 이날 오전 10시52분 구로구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조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씨는 전날 밤 10시12분께 김아무개(46)씨가 운영하는 술집에 들어와 김씨와 동석자인 남성 이아무개(56)씨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고, 이씨는 의식이 있는 상태다.

김씨는 사건 당시 경찰에서 받은 스마트워치로 오후 10시12분 경찰에 신고했으며, 이씨도 주변 지인을 통해 신고했다. 경찰은 신고 3분만인 밤 10시15분 현장에 도착했으나 조씨는 이미 도주한 상태였다.

앞서 조씨는 김씨에게 폭행 혐의 등으로 고소를 당하고 술집에서 행패를 부려 경찰에 체포된 이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지난 11일 오전 양천경찰서에 조씨를 폭행 및 특수협박 혐의로 고소해 범죄피해자 안전조치 대상으로 등록됐다. 스마트워치도 이 때 지급받았다. 고소 사실을 알게된 조씨는 같은날 오후 5시께 다시 피해자가 운영하는 술집을 찾아 행패를 부렸고, 업무방해 혐의로 신고돼 현행범 체포됐다.

구로경찰서는 스토킹과 강간 등 조씨의 여죄를 조사한 뒤 다음날 새벽 4시께 조씨를 유치장에 입감하고 업무방해와 스토킹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기각했다. 경찰은 풀려난 조씨에게 피해자 및 주거지로부터 100m 접근금지, 전화 등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등 스토킹처벌법 상 긴급응급조치 1∼2호를 조처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영장 재청구를 위해 보강 수사를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조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에 대해 서울남부지검은 “일부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해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취지에서 기각했다”고 밝혔다.

이우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