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료기관이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이 설치된 격리실에 입원 환자를 격리하면서 가림막 등 보호조치 없이 용변을 보게 한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16일 인권위는 정신의료기관 ㄱ병원장에게 격리실에 입원된 환자의 용변 처리 모습 등이 폐쇄회로 텔레비전에 노출돼 인격권과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하라고 지난 8일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ㄱ병원장에게 격리·강박은 관련 법령에 따라 치료 목적으로 필요한 최소 범위에서 시행하고, 소속 직원들에게 관련 인권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ㄱ병원 관할 구청장에게는 향후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내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진정인은 동생이 지난해 2월 자해를 해 양 손목의 상처 봉합수술을 받은 뒤 ㄱ병원에 입원했는데, 병원 쪽이 피해자를 격리·강박하는 과정에서 양 손목 봉합수술 부위가 터졌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인은 또 병원 쪽이 동생에게 폐쇄회로 텔레비전이 설치된 격리실에서 용변을 보게 하는 등 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ㄱ병원은 “코로나19 대응지침에 따라 피해자를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격리실에 입원시켜야 했다. 피해자의 정서가 불안정하고 공격적이어서 자·타해 위험도 있었다”며 격리·강박은 불가피한 조처였다고 주장했다. 다만 ㄱ병원은 “강박 기간 중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점은 유감스럽다. 환자의 용변 처리 모습이 폐쇄회로 텔레비전에 노출된 것에 대해서는 보완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위 조사 결과, ㄱ병원은 폐쇄회로 텔레비전이 설치된 격리실에 피해자를 격리하면서 가림막 등 보호조치 없이 플라스틱 휴지통에 용변을 보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ㄱ병원은 피해자가 격리된 약 27시간 동안 배설물을 치우거나 밀폐하지 않은 채 격리실에 방치하고, 피해자가 같은 장소에서 식사하도록 하는 등 감염병 예방을 위한 지침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인격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ㄱ병원이 피해자를 격리한 데 대해서는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코로나 검사 결과 확인 전 피해자에 대한 격리는 적절하고 필요한 조치로 볼 수 있다”면서도 “피해자에게 격리조치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피해자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었는데도 적절한 조치가 없었다”고 봤다. 인권위는 또 “피해자의 손목 상태를 점검하거나 수술 상처가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고 피해자의 자·타해 위험을 예단해 양 손목과 발목을 강박했다”며 “피해자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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