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의 징계 권고로 경징계를 받은 경찰관이 인권위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각하 판결을 받았다. 경찰관이 이미 징계를 받았기 때문에 인권위의 징계 권고 결정에 대해서는 판단할 이익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ㄱ씨가 인권위를 상대로 낸 인권위 징계권고 결정 취소소송에서 각하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각하란 소송이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더 심리하지 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하는 재판부 결정이다.
2019년 6월 새벽 5시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상주경찰서 소속 경찰관 ㄱ씨 등은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술에 취해 잠든 ㄴ씨 상태를 확인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ㄴ씨는 ㄱ씨 등에게 욕설을 하며 손을 앞으로 뻗었고, ㄱ씨 등은 ㄴ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해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검찰은 2020년 2월 ㄴ씨를 무혐의 처분했고, ㄴ씨는 인권위에 ‘체포 당시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진정했다. 인권위는 2020년 4월 “체포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체포로 인권침해가 인정된다”며 상주경찰서장에게 ㄱ씨 등에 대한 징계조치를 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상주경찰서는 같은 해 6월 ㄱ씨 등에게 성실의무와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불문경고(책임을 묻지 않고 경고에 그치는 것) 처분했다. 하지만 ㄱ씨는 인권위의 결정에 불복해 징계권고 결정 취소소송을 냈다.
1심은 ㄱ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ㄱ씨 등이 위법한 체포행위를 했다는 인권위 판단과 징계 권고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했다. ㄴ씨가 체포 당시 ㄱ씨 등에게 욕설을 하고 손을 뻗은 행위 등을 두고 “현장 경찰로서는 당시 상황을 기초로 체포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ㄱ씨가 이미 불문경고 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인권위의 징계 권고 결정을 취소하더라도 ㄱ씨가 얻을 이익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2심은 “인권위의 징계 권고 처분은 상주경찰서장의 불문경고 처분으로 이미 목적을 달성해 그 법적 효과가 소멸했다. ㄱ씨는 징계권고 처분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게 됐다”고 했다. 이어 “행정 처분이 집행 등 사유로 목적을 달성한 경우, 법적 효과가 소멸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처분 취소를 구할 소송의 이익도 사라진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이를 확정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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