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구로 스토킹 살해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 가해자 유치장 구금을 위한 ‘잠정조치 4호’를 검찰이 아닌 법원에 직접 신청하는 법 개정 논의에 다시 불을 지폈다. 다만 스토킹처벌법 제정 단계부터 법무부가 반대하던 사안이었던 데다, 구속에 준하는 조처를 검사를 건너뛰고 경찰이 일차적 판단을 하겠다는 것이어서 법 개정에 이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잠정조치 결정 구조는 사실상 영장심사제도와 다름 없는 절차다. (경찰이) 검찰에 신청한 뒤 (검찰이) 법원에 청구하게 돼 있어 사안에 따라 즉각적인 조치를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영장과 달리 (경찰이) 법원에 신청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남 본부장은 또 “(접근금지 등) 긴급응급조치 위반 시에도 현재는 과태료 부과에 그쳐 실효성 문제가 있어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관련 제도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이 (관련 법을) 발의했고, 법무부 등 관련부처와도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했다.
잠정조치 4호는 스토킹 피의자를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최대 한달간 입감할 수 있다. 그러나 경찰→검찰→법원 판단이 나오기 까지 길게는 일주일까지 걸려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다만 잠정조치는 현행 스토킹처벌법상 검사가 청구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경찰의 직접 신청이 가능하려면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지만 법무부는 이를 반대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잠정조치 문제는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현재까지 경찰과 법무부가 논의한 바는 없다. 앞서 스토킹처벌법 제정 당시에도 경찰이 비슷한 주장을 했지만 법무부는 이를 반대했고, 경찰 의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은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발생한 신변보호(범죄피해자 안전조치) 대상자 사망 사건이 ‘경찰→법원’ 직접 신청 통로를 확보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본다. 경찰은 피해자가 숨지기 전 스토킹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보강수사를 이유로 반려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민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관점에서 법원에 직접 신청할 수 있는 방향을 검토하고 안을 만들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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