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붙은 자가검사키트 판매점 안내문. 연합뉴스
“목이 너무 아파서 미리 사다 놓은 자가검사키트를 해봤더니 ‘음성’이 뜨더라고요. 의심증상이 계속 있으니까 불안해서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코로나 양성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애매모호하게 말했어요. 그때부터 친구들도 화상채팅으로 만나고 혼자 일주일 정도 격리에 들어갔죠” (안효정·27)
이달 들어 방역당국이 코로나19 격리 대상을 완화하는 동시에 유전자증폭검사(PCR) 검사 기준을 까다롭게 바꾸면서 안씨처럼 코로나 의심과 확진 사이 ‘회색지대’에 놓인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존처럼 선별진료소에서 곧장 확진 판정을 받기 어려워지자 스스로 격리에 들어가거나 의심증상이 있어도 어쩔 수 없이 외부 활동을 이어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22일 국내 코로나19 PCR 검사는 60살 이상, 밀접접촉자, 의사소견서 지참자 등 고위험군에 한해서만 우선 실시되고 있다. 단순 의심증상만 있을 경우엔 자가검사키트에서 양성이 나와야 무료 PCR 검사를 받고 최종 확진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직장인 김아무개씨(28)씨도 최근 자가검사키트로 코로나19 음성 결과를 확인한 뒤 감기 기운을 계속 느껴 PCR 검사를 받으려 했지만, 의사소견서와 10만원가량의 비용 때문에 검사를 포기했다고 한다. 김씨는 “혹시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됐을까봐 스스로 자가격리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임아무개씨(30)도 마찬가지다. 며칠 전 함께 식사한 지인이 확진됐다는 소식을 듣고 임씨는 자가검사키트로 우선 검사를 했으나 결과는 음성이 나왔다. 그래도 임씨는 코로나19에 감염된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약속을 모두 취소하고 집에만 머물기로 했다.
반면 감기 기운 등 의심증상이 나타나 불안감에 ‘셀프 자가격리’를 하고 싶지만 못하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 강아무개(30)씨는 직장 동료가 확진됐다는 소식을 듣고 회사에서 바로 자가검사키트로 검사했더니 음성이 나왔다. 이에 회사는 강씨에게 “계속 출근해 근무하라”고 했다. 강씨는 “당장은 출근했지만 나중에 의심증상이 나타날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가검사키트 등 신속항원검사로 음성이 나와도 확진자와 밀접접촉했다면 스스로 검사를 계속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미생물학교실)는 <한겨레>에 “현재 신속항원검사만으로는 본인이 코로나 음성인지, 양성인지 정확하게 확인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음성 결과가 나왔다 하더라도 2~3일 뒤에 한 번 더 검사를 해보고, 만약 감기 기운 등 증상이 계속 이어지면 의사 소견서를 받고 선별검사소에 가서 더 정확한 PCR 검사를 꼭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확산세에 따라 밀접접촉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방역수칙 준수가 더 절실해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백 교수는 “(오미크론 감염이) 지역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진 상황에서 방역당국의 코로나 검사·격리 완화는 불가피한 조처다. 이제 시민들의 능동적인 감시가 훨씬 중요해졌다. 의심증상이 있으면 집에서 쉬고, 자가검사키트 등 진단검사를 주기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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