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민-영화인 함께 촛불 시위
“FTA 저지-스크린쿼터 사수”
“FTA 저지-스크린쿼터 사수”
‘에프티에이 노, 아워 라이스 예스, 스크린쿼터 예스!’ ‘우리 쌀 우리 영화 우리가 지켜가자!’ 봄을 시샘한 동장군의 심술로 한파가 몰아닥친 17일 저녁 6시께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광장에는 함께 모일 일이 없을 법한 영화인들과 농민들이 어깨를 겯고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스크린쿼터 사수와 에프티에이 저지를 위한 쌀과 영화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2500여명(경찰 추산)은 한 손에는 촛불을, 다른 손에는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글귀가 적힌 주황색 손수건을 들고 있었다. 배우 공형진씨 사회로 진행된 문화제에는 정태춘·박은옥을 비롯해 전인권, 김장훈, 신화의 이민우, 밴드 오브러더스 등 대중음악인들이 대거 참여해 영화인들과 농민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안성기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위 대책위 공동위원장과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나란히 무대에 올라 “국민의 권리를 무시하는 에프티에이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연설문을 번갈아 읽어갔다. 배우 정진영, 최민식, 최민욱 한국영화산업노조 위원장이 두 사람과 함께 ‘농민가’를 부르자 열린시민광장은 거대한 합창단 공연장으로 변했다.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은 “문화전쟁의 시대에 정부는 지난 세기의 경제논리로 문화를 재단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이제 문화는 쌀이고 여기 있는 우리 모두가 벼의 모판이 되자”고 호소해 큰 박수를 받았다. 강원도 철원에서 가족과 함께 이날 행사에 참석한 농민 전흥준(44)씨는 “생명주권인 쌀을 빼앗는 것보다 문화, 혼을 빼앗는 게 더 악랄하며 영화를 빼앗기면 쌀을 빼앗기는 것도 시간문제이기 때문에 농민과 영화인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녁 8시30분까지 이어진 문화제는 영화인과 농민이 필름과 쌀을 교환하는 행위극으로 마무리됐다. 전정윤, 임인택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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