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 중 ‘집중관리군’ 위주로 유선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일반관리군은 동네 병·의원 비대면 진료를 받는 새 재택치료 체계에 돌입한 가운데 17일 서울 중구의 한 병원에서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에게 전화 걸어 비대면 진료를 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자다가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들기 어려웠어요.”
서울 서대문구에서 홀로 거주하는 직장인 ㄱ(27)씨는 지난 1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언제든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재택치료 일주일간 손에서 휴대전화를 놓지 못했다고 한다. 23일 0시 기준 재택치료자가 52만1294명에 달한 가운데, ㄱ씨와 같은 1인 가구 일반관리군 재택치료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몸상태가 악화할 경우 바로 도움을 구할 사람이 옆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60살 이상, 기저질환자 등 집중관리군은 재택치료 중에 하루 2차례 의료기관의 모니터링을 받지만 일반관리군은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진단하고, 신고해야 한다. 지난 11일 확진 판정을 받고 일주일간 서울 관악구 자취방에서 홀로 재택치료에 들어갔던 대학생 서예희(22)씨는 “확진 받기 전 이틀간 심하게 아파 죽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극심했기에 재택치료 과정에서 전날보다 피로감이 더하거나 기침이 나면 갑자기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웠다”고 말했다. ㄱ씨는 “보건소에서는 증세가 심해지면 인근 병원에 전화하란 말뿐이어서 어디가 얼마나 아파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인지 판단하기 애매했다”고 말했다.
지인이나 가족들에게 자신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신고’하는 게 이들이 불안을 견디는 최선이다. 지난 10일부터 관악구 자취방에서 재택치료를 받았던 이아무개(24)씨는 “갑자기 증상이 심해져 스스로 대처가 어려울 때를 대비해 남자친구와 부모님에게 주기적으로 연락을 남겼다”며 “혹시 내가 연락이 끊기면 이들이 바로 조치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나마 불안을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씨 역시 “함께 확진됐던 지인들과 실시간으로 연락을 하면서 불안함을 견뎠다”고 말했다.
재택치료·자가격리자가 폭증하면서 지자체의 생필품 지원이 끊긴 곳도 있어 1인 가구는 식사와 생필품 마련을 위해 ‘배달’에 의존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7일부터 10만원 상당의 생필품 지원을 중단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가격리자가 폭증하며 예산, 인력 문제 등으로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 물품 지원 사업을 지자체별로 판단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재택치료자가 신청할 경우 돌봄SOS센터와 연계에 식사를 배달하는 것으로 지원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확진자 급증으로 1인 가구 재택치료자들에게 추가 지원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보니, 방역 당국과 지자체가 1인 가구 확진자가 대처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자세히 안내하는 활동이 꾸준히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예방의학과) 교수는 “행정 역량이 포화된 상태에서 1인 가구 일반에 대한 추가적인 정책적 지원은 쉽지 않다. 1인 가구들에게 확진 통보 후 재빠르게 가이드라인을 전달해 재택치료에 임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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