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3일 치러진 수능 모의평가. 연합뉴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2020년 12월3일. 4교시 탐구영역 시험이 치러지던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시험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시험장 감독관이 시험지를 수거해 갔는데, 알고보니 종소리 담당교사 실수로 예상보다 3분 일찍 종이 울린 것이었다. 감독관은 추가로 시간을 주고 다시 문제를 풀도록 했지만, ㄱ씨 등 수험생 9명은 추가 시간이 몇 분인지 명확한 고지가 없어서 시험에 집중하기 어려웠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4단독 김홍도 판사는 ㄱ씨 등 9명과 학부모 16명이 8800만원을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수험생 9명에게 각 200만원을 지급하라”며 24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학부모들에 대한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청구인들은 시험장이던 해당 고등학교 방송담당 교사와 서울시를 상대로도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 부분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예상치 못한 혼란이 발생해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시험을 치르게 된 수험생들은 긴장과 당황을 느꼈을 것이다. 전체적인 시간 안배가 중요한 수능의 특성상 수험생들로서는 추가로 주어진 시간 동안 차분하게 집중력을 발휘해 시험을 치를 수 없었을 것”이라며 배상이 필요한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구체적인 법익이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서울시 쪽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수능시험은 서울특별시 교육감이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위임 받아 수행하는 일인데, 이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배상 책임은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국가가 지도록 하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했다. 종소리 담당교사에 대해서는 “고의에 가까운 중과실로 볼 수 없다”며 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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