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불평등청년모임 방가방가 제작
주거권에 기후위기, 성별 변수도 반영
“청년주거정책 더 많은 상상력 필요”
주거권에 기후위기, 성별 변수도 반영
“청년주거정책 더 많은 상상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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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찬스’ 없이 수도권에서 자취방을 구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24일 주거불평등청년모임 방가방가가 지난 21일 내놓은 온라인 시뮬레이션 ‘살고싶은 나의 집: 수도권편’(www.sweethomesimulator.com)을 플레이했더니,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다. 당신은 본가를 떠나 수도권 대학에 입학했을 수도, 직장 기숙사에서 나와 집을 구해야 하는 사회 초년생일 수도 있다. 매물이 있는 부동산부터 방문하지만, 광각렌즈로 찍어 실제보다 훨씬 넓어 보였던 ‘사진발’에 속고야 말았다. 살만한 집에 살기 위해 대출을 받느냐,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에 가느냐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대출을 받으면 아르바이트 등을 할 수밖에 없어 건강은 악화되고 스트레스는 가중된다. 반지하를 구하는 선택을 했더니 이상기후로 인한 폭우 침수 피해를 당한다. 집안의 집기가 물에 잠기고 역시나 또 돈이 든다. 게다가 당신이 여성이라면? 으슥한 골목길엔 폐회로텔레비전(CCTV)조차 없어 귀갓길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각각의 단계를 통과하면서 스트레스 지수가 100%에 이르거나 건강이 0%가 되거나, 돈이 바닥나면 게임은 종료된다. 일단 살아남거나, 자취를 포기하거나.
다음은 청년 주거에 관한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든 방가방가의 박도형(24)씨와의 일문일답.
‘방가방가’는 뭘 하는 곳인가.
“지난달 4명의 주거불평등 당사자 청년이 모여 결성한 청년 주거권단체다. 세입자청년 뿐만 아니라 △가족과 넓은 집에 함께 살더라도, 자취를 하고 싶지만 월세·보증금이 비싸서 못하는 청년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 2~3인실을 쓰는 기숙사 청년 모두 주거불평등의 당사자라는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시뮬레이션을 왜 만들게 됐는지.
“주거권 문제는 앞으로 더 많이 얘기가 될 거라는 확신이 있는 주제다. 우리 모두 당사자이기도 하다. 시뮬레이션을 만들었을 때 청년 주거 현실을 정확히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청년 주거와 관련해 월세 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기후위기 변수도 반영했다.
“기후위기라고 하면 멀어 보이고 복잡한 얘기 같지만, 이상 폭염도 갑작스러운 채솟값 폭등도 결국 기후위기의 결과다. 지난해 갑자기 대파 값이 올라서 ‘파트코인’이라는 말이 생기기도 하지 않았나. 기후위기가 일상과 관련 없는 게 아니라 이토록 우리와 가까이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게임엔 회원들의 자전적인 경험도 반영됐나?
“그렇다. 이전에 고시원에 살았는데, 폭염특보 상황에서 에어컨이 고장난 적이 있었다. 코로나19 초기 상황이라 영업시간 제한도 걸려 밤에 갈 곳도 없어서 집에서 하루종일 땀흘리면서 괴로웠다. 그런 경험이 녹아있다.”
게임에선 성별도 주거 환경의 변수가 된다. 여성은 집 근처에 시시티브이가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반드시 성별 문제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성 1인가구 상대로 한 불법침입 시도나 스토킹 뉴스가 정말 많지 않나. 시시티브이가 잘 갖춰진 곳뿐만 아니라 돈이 없어서 외곽에서 살아야 하는 청년들은 이런 범죄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부정적으로 끝나지 않는 엔딩도 있나.
“해피엔딩을 넣을까 말까 정말 많은 회의를 했다. 어쩌면 행복하게 살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한 사람이 게임의 여러가지를 플레이하지 않는다고 할 때, ‘단지 대출받아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선택지가 있다면 이것만이 정답이라는 것처럼 보일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게임이 종료되거나 일단 살아남는 경우로 끝이 난다.” 대선후보들이 발표한 주거 관련 공약은 봤는지. 어떻게 평가하나.
“처음엔 게임에 대선주자들의 주거공약을 다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아파트 공급 및 분양 등의 부동산 정책 위주고 청년 주거 공약은 많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코로나19로 알바를 하다가 실직을 했었다. 주거급여를 신청했는데 지금 소득인정액이 없어서 안 된다고 하더라. 청년 주거와 관련해 더 많은 상상력이 필요할 것 같다.” 게임 엔딩이 끝나면 ‘희망 찾으러가기’라는 버튼이 있고, 3월6일 증언대회 참여신청을 받는다.
“게임을 만들고 주변에 피드백을 부탁했을 때 꽤 많은 분들이 중간에 못하겠다고 했다. 게임만으로도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고. 게임이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아 현실적이긴 한데 우울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동의했다. 게임이 끝난 뒤에도 모여 희망을 느끼는 공간을 한번이라도 만들어보고 싶어서 증언대회를 열 예정이다. 적어도 똑같은 생각을 하는 우리가 있다고, 혼자가 아니라고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주거불평등청년모임 방가방가 제공

온라인 시뮬레이션 ‘살고싶은 나의 집: 수도권편’ 갈무리.
“지난달 4명의 주거불평등 당사자 청년이 모여 결성한 청년 주거권단체다. 세입자청년 뿐만 아니라 △가족과 넓은 집에 함께 살더라도, 자취를 하고 싶지만 월세·보증금이 비싸서 못하는 청년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 2~3인실을 쓰는 기숙사 청년 모두 주거불평등의 당사자라는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시뮬레이션을 왜 만들게 됐는지.
“주거권 문제는 앞으로 더 많이 얘기가 될 거라는 확신이 있는 주제다. 우리 모두 당사자이기도 하다. 시뮬레이션을 만들었을 때 청년 주거 현실을 정확히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청년 주거와 관련해 월세 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기후위기 변수도 반영했다.
“기후위기라고 하면 멀어 보이고 복잡한 얘기 같지만, 이상 폭염도 갑작스러운 채솟값 폭등도 결국 기후위기의 결과다. 지난해 갑자기 대파 값이 올라서 ‘파트코인’이라는 말이 생기기도 하지 않았나. 기후위기가 일상과 관련 없는 게 아니라 이토록 우리와 가까이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게임엔 회원들의 자전적인 경험도 반영됐나?
“그렇다. 이전에 고시원에 살았는데, 폭염특보 상황에서 에어컨이 고장난 적이 있었다. 코로나19 초기 상황이라 영업시간 제한도 걸려 밤에 갈 곳도 없어서 집에서 하루종일 땀흘리면서 괴로웠다. 그런 경험이 녹아있다.”

“반드시 성별 문제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성 1인가구 상대로 한 불법침입 시도나 스토킹 뉴스가 정말 많지 않나. 시시티브이가 잘 갖춰진 곳뿐만 아니라 돈이 없어서 외곽에서 살아야 하는 청년들은 이런 범죄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부정적으로 끝나지 않는 엔딩도 있나.
“해피엔딩을 넣을까 말까 정말 많은 회의를 했다. 어쩌면 행복하게 살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한 사람이 게임의 여러가지를 플레이하지 않는다고 할 때, ‘단지 대출받아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선택지가 있다면 이것만이 정답이라는 것처럼 보일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게임이 종료되거나 일단 살아남는 경우로 끝이 난다.” 대선후보들이 발표한 주거 관련 공약은 봤는지. 어떻게 평가하나.
“처음엔 게임에 대선주자들의 주거공약을 다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아파트 공급 및 분양 등의 부동산 정책 위주고 청년 주거 공약은 많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코로나19로 알바를 하다가 실직을 했었다. 주거급여를 신청했는데 지금 소득인정액이 없어서 안 된다고 하더라. 청년 주거와 관련해 더 많은 상상력이 필요할 것 같다.” 게임 엔딩이 끝나면 ‘희망 찾으러가기’라는 버튼이 있고, 3월6일 증언대회 참여신청을 받는다.
“게임을 만들고 주변에 피드백을 부탁했을 때 꽤 많은 분들이 중간에 못하겠다고 했다. 게임만으로도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고. 게임이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아 현실적이긴 한데 우울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동의했다. 게임이 끝난 뒤에도 모여 희망을 느끼는 공간을 한번이라도 만들어보고 싶어서 증언대회를 열 예정이다. 적어도 똑같은 생각을 하는 우리가 있다고, 혼자가 아니라고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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