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선거운동 기간에 유권자와 개별적으로 만나 말로 하는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내용의 옛 공직선거법 조항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앞서 2020년 12월 법 개정으로 해당 조항은 삭제됐다.
헌재는 24일 박찬우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박 전 의원은 20대 총선을 앞둔 2015년 9월 선거구민들을 모은 뒤 지지를 호소했다. 또 그해 10월 당원협의회 운영위원들을 통해 다수 선거구민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행사를 열어 참가자들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박 전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당선됐으나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2018년 2월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확정받아 의원직을 잃었다. 박 전 의원은 재판 과정에서 처벌 근거가 된 공직선거법 조항은 위헌이라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했지만 기각되자, 2018년 3월 직접 헌법소원을 냈다. 박 전 의원은 “사전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것은 청구인의 선거운동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옛 공직선거법은 ‘선거기간 개시일부터 선거일 전까지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자메시지 전송이나 인터넷을 통한 사전 선거운동은 가능하지만, 유권자를 직접 만나서 하는 사전 선거운동 등을 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2020년 12월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사전 선거운동 기간에도 △확성장치를 사용하거나 옥외집회에서 다중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를 제외한 말로 하는 선거운동 △송·수화자가 직접 통화하는 전화 선거운동이 가능하게 됐다.
헌재는 옛 공직선거법 가운데 ‘개별적으로 대면해 말로 지지를 호소하는 방식의 선거운동’까지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런 방식의 선거운동은 사실상 경제력이 부족한 후보자가 오프라인에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선거운동방법이다. 이를 금지하는 건 오히려 후보자 간 경제력 차이에 따른 선거 기회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이를 제한하는 것은 선거 공정성 확보를 위한 바람직한 규제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이 부분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선거운동 등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선애·이종석 재판관은 합헌의견을 냈다. “말로 하는 대면 선거운동을 금지한 조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하면, 선거가 끝난 직후부터 다음 선거를 위한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후보자 간 경쟁이 장기화 돼 ‘선거의 부당한 과열경쟁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방지’한다는 입법목적 달성이 어렵게 될 수 있다. 이같은 방식의 선거운동이 시기불문 제한없이 가능하게 되고 유권자 개별 접촉에 따른 각종 탈법적 선거운동이 발생하면 ‘선거 공정성’이라는 정당한 입법목적 달성에 장애가 초래될 것임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헌재는 2016년 6월, 이번에 위헌 결정한 옛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한 바 있다. 헌재가 이날 해당 조항 가운데 ‘개별적으로 대면해 말로 지지를 호소하는 방법의 선거운동’에 한해서 위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2016년 7월 1일 이후 이 방식으로 사전 선거운동을 해 처벌을 받은 사람들은 재심 등으로 구제 받을 길이 열렸다. 이날 위헌 결정을 받은 법 조항 부분은 2016년 7월1일부터 소급해 효력을 상실한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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