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에 없는 내용을 이유로 들어 직원을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ㄱ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ㄱ씨는 2017년 5월 헬기 조종사로 ㄴ사에 채용됐다. 이 회사 팀장 ㄷ씨의 추천으로 일하게 된 것이다. ㄱ씨는 당시 만 62살이어서 ㄴ사 취업규칙상 정년(만 60살)을 넘은 상태였다. 회사는 ㄱ씨와 2017년 5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로 근로기간을 정하되, 계약 만료일까지 별도 합의가 없으면 계약이 자동연장되는 근로계약을 맺었다. 다만 교육훈련 과정에서 ㄱ씨는 수차례 ‘수준미달’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2017년 9월 불거졌다. 회사가 새로 도입한 헬기의 표준감항증명(안전운항이 증명됐을 때 지방항공청장이 발급하는 증명)을 서울지방항공청에 신청했으나, 정비지침서에 따른 정시점검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에 회사는 그해 11월 관련 책임을 지고 사직할 뜻을 밝힌 ㄷ씨에게 그가 채용에 관여한 ㄱ씨의 사직서도 함께 받아오라고 요구했다. ㄱ씨는 사직서를 냈지만, 같은 날 바로 철회했다. 회사는 ㄱ씨 등에게 그해 12월31일 근로계약이 종료된다고 통보했다. ㄱ씨는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고,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회사는 불복해 법원에 관련 처분의 취소를 구했지만, 기각됐다. 이듬해 4월 회사는 ㄱ씨에 ‘역량미달로 갱신 불가’를 통보했고, ㄱ씨는 이에 반발해 2017년 12월31일 해고가 무효라며 3800여만원과 2018년 9월부터 복직할 때까지 매달 480만여원을 달라고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1심은 “근로관계는 2018년 4월30일 기간만료로 종료됐다. 따라서 해고 무효 확인 여부와 관계없이 근로계약상 지위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해고무효확인 청구 부분을 각하했다. 다만 밀린 임금을 두고서는 “ㄱ씨가 사직 의사를 철회했지만 회사가 근로계약 합의해지로 근로관계 종료 통지한 해고(2017년 12월 사건)는 부당해고여서 무효”라며 그가 청구한 임금 중 일부인 1933만원(2018년 1~4월 분) 가량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이에 회사는 이 임금을 ㄱ씨에게 지급했다.
반면, 2심은 ㄱ씨가 2018년 4월 종료된 근로계약이 자동갱신됐다고 전제하고 낸 임금청구 소송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근로계약 조항은 ㄱ씨가 헬기 조종 업무 수행 촉탁직 조종사로 항공종사자 자격증명을 취득하고 근로계약 기간 자격을 유지해 근로를 정상 제공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적용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ㄱ씨 역량미달을 이유로 갱신 거절한 것은 정당하다”고 회사 쪽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지급된 임금의 지연손해금 368만원가량만 ㄱ씨에게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문언 의미가 명확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의사표시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한다”며 “‘ㄱ씨가 근로계약기간 동안 항공종사자 자격을 유지해 근로계약상 정해진 근로를 정상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만 이 사건 조항이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적혀 있지 않은 (역량미달 등) 내용을 추가하는 것은 근로계약서 문언의 객관적 의미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심이 근로계약이 자동연장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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