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등 명신신탁이 조세회피 목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명의신탁을 받은 당사자에게 증여세를 부과한 증여세법 조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게티이미지뱅크
주식 등 재산의 실질 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를 때, 명의를 갖고 있는 이에게 증여세 신고의무를 부과한 법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ㄱ씨 등이 옛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2003년 설립된 ㄴ사는 설립 및 3차례에 걸친 유상증자로 당시 합계 17만주의 비상장주식을 발행했다. 그때마다 ㄱ씨는 발행주식을 ㄷ씨 등에게 명의신탁하는 약정을 맺었다. 2015년 12월 잠실세무서장은 ㄷ씨 등이 명의신탁을 받은 것으로 보고 이들에게 증여세 및 가산세를 결정·고지했다. 명의신탁자인 ㄱ씨도 연대납세의무자로 지정해 같은 액수의 증여세를 결정·고지했다. 이들은 잠실세무서장을 상대로 증여세 및 가산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냈으나, 법원에서 모두 기각당했다.
이에 ㄱ씨 등은 명의신탁 당사자에게 증여세 신고의무를 부과한 옛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대해 2018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들은 명의신탁재산에 증여세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상 진술거부권 침해이며, 조세회피 목적을 자인하게 강제하는 것으로 무죄추정원칙 및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사건에서 2013년 31억원가량의 주식을 명의신탁한 ㄹ씨와 2001년부터 2013년까지 25명에게 주식을 명의신탁한 ㅁ씨도 같은 취지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 재판관 전원은 이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증여세 신고의무를 이행한다고 곧 조세포탈죄를 시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없다. 신고의무 이행 때 곧바로 조세포탈행위 처벌을 위한 자료 수집 및 획득 절차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라며 “증여세는 법률이 규정하는 세금의 하나일 뿐이라 무죄추정원칙이 적용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조항은) 신고의무를 부과할 뿐 내심에서 윤리적 판단을 고지 대상으로 하지 않아 양심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며 “신고의무를 부담시키고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명의신탁이 증여 은폐수단으로 이용되거나 조세 회피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이런 공익은 청구인들이 받는 불편함보다 훨씬 크다”고 덧붙였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