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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헌재 “변호인이라도 소송대리인 선임 전이라면 일반 접견해야”

등록 2022-03-03 05:59수정 2022-03-03 09:10

강화유리 등 설치된 접촉차단시설에서 접견하도록한
옛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조항 합헌
소송대리인으로 선임되기 전 변호사가 수용자를 접견할 때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장소에서 만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소송대리인으로 선임되기 전 변호사가 수용자를 접견할 때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장소에서 만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소송대리인으로 선임되기 전 변호사가 수용자를 접견할 때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일반접견실을 사용하도록 한 법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ㄱ씨가 옛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4(기각) 대 5(인용) 의견으로 기각했다고 밝혔다. 인용 의견이 기각 의견보다 많았으나,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인용 결정을 위한 심판정족수 6명에 미달해 기각으로 결정됐다.

ㄴ씨는 2016년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가 동료 수감자 ㄷ씨에게 폭행을 당해 이듬해 2월 ㄷ씨를 상대로 폭행 관련 손배해상청구 소송을 냈다. 법원에 소송구조를 신청한 것이 받아들여져 ㄴ씨는 원주교도소로 이감됐다. ㄴ씨는 변호사 ㄱ씨에게 자신의 소송대리인이 돼 달라며 편지를 보냈고, ㄱ씨는 원주교도소장에게 ‘형집행법 시행령’에 따른 소송대리인 접견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2018년 7월 불허됐다. 옛 시행령 조항에는 ‘수용자 접견은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장소에서 하게 한다’라고 규정돼 있었다. 다만, 소송대리인과 접견할 때 교정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예외를 둬, 투명강화유리가 설치돼 있지 않은 개방된 공간에서 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교도소쪽은 ㄱ씨가 아직 소송대리인으로 선임되기 전이란 이유를 들어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일반접견실을 이용하도록 한 것이다.

ㄱ씨는 스테인리스 창살을 사이에 두고 양면에 투명강화유리가 설치된 접견실에서 ㄴ씨를 일반접견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접견은 30분 안에 끝나야 하고 대화 내용도 모두 기록된다. 이에 ㄱ씨는 접견불허 행위와 근거가 된 시행령 조항에 대해 2018년 8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ㄱ씨는 “소송대리인 선임 전이라는 이유로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장소에서 수용자를 접견해 수임단계에서 수용자에게 직접 서류를 보여주며 업무를 진행할 기회가 봉쇄되는 등 변호사로서 직업 자유가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4명(유남석·이종석·문형배·이미선)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들은 “소송대리인 선임 여부를 확정하기 위한 단계에서는 대체로 기초적인 사실관계나 선임 여부 의사를 확인하는 정도로 충분해,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장소에서 접견해도 접견 목적 수행에 필요한 의사소통이 심각하게 저해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 조항이 달성하려는 교정시설 안전과 질서 유지 공익은 ㄱ씨가 입게 되는 불이익에 견줘 중대하기 때문에 법익의 균형성 또한 갖췄다”고 판단했다.

반면, 나머지 재판관 5명(이선애·이석태·이은애·이영진·김기영)은 “이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인용 의견을 냈다. 이들은 “수용자가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는 단계는 소송사건 재판을 준비하는 출발점에 해당한다.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으며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물적 조건을 제공받고 소송사건 수임에 대해 비밀유지가 보장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해당 조항은 소송대리인이 되려는 변호사는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장소에서 수용자를 접견하게 해 의사소통을 제약하고 소송사건 수임에 대한 비밀유지도 제약한다. 수용자는 적시에 효율적인 권리구제를 받지 못할 우려가 있고 변호사는 소송사건 수임을 위한 업무활동에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헌재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ㄱ씨가 낸 교도소쪽의 접견불허 행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각하했다. 재판관들은 “심판대상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 청구의 본안판단을 하지 않은 이상, 접견불허 행위에 대해서는 별도로 심판청구 이익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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