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을 주는 등 베푼 호의에 보답한다며 교육공무원에게 돈을 건넨 행위는 “사교적, 의례적이라도 뇌물”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배려’에 대한 ‘화답의 방식’이 문제였다. 식사 등을 대접받은 호의에 보답한다며 학교장인 교육공무원에게 돈을 건넨 행위를 대법원은 ‘뇌물’로 판단했다. “사교·의례적이라도 주고받은 금품은 뇌물”이라는 이유에서다.
사건은 2019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북의 한 초등학교에서 노후 전기시설 보수공사를 한 회사의 이사 ㄴ씨는 공사 과정에서 이 학교 공무원 ㄱ씨에게 식사 등의 대접을 받았다. ㄱ씨는 ㄴ씨 등 공사 담당 직원들에게 20만원 상당의 점심(복지리)을 사주고, 숙소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펜션을 소개해줬다. ㄱ씨는 이들이 일하는 동안에도 수시로 과일과 음료수 등을 제공하고, 공사가 끝난 그해 2월17일에도 10만원 상당의 지역 특산물을 선물로 줬다. 공사를 마친 뒤 이들이 떠나는 날에도 ㄱ씨는 직접 채취한 해삼을 선물로 준비했다. 이에 ㄴ씨 등은 “배려에 답례한다”는 이유로 그해 2월18일 ㄱ씨에게 현금 50만원을 건넸다. ㄱ씨는 거절하다 결국 돈을 받았다. ㄱ씨는 뇌물수수, ㄴ씨는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ㄴ씨 등은 재판 과정에서 “현금 50만원은 ㄱ씨에게 받은 선물, 음식 대접 등에 대한 보답으로 지급한 것일 뿐이어서 직무 관련성 및 대가관계가 없고 부정한 보수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은 ㄱ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ㄴ씨에게는 벌금 200만원에 추징금 50만원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무원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주고받았다면 사교적 의례 형식이라도 수수한 금품은 뇌물”이라며 “ㄱ씨는 전기시설 보수공사계약 감독 등 제반 업무에 대한 최종결정권자로 시공업체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라고 판단했다. 이어 “ㄱ씨가 금품 제공을 요구하지 않았고 이 사건 공사 진행 과정에서 시공업체 관련 청탁이나 편의제공이 없었으며 ㄱ씨가 평소 교직원들에게 이와 같은 배려를 했다는 사정이 인정된다고 달리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 역시 “원심이 뇌물죄 직무 관련성, 대가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