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경찰서, 58명 검거했는데 여성종업원은 1명만 ‘문빵’이 경찰 진입 막는 사이 여성종업원 빼돌린 듯 일단 감염병예방법으로만 입건…성매매 추가 수사
역삼동에서 성매매 등 불법 유흥주점을 운영했다가 단속된 업소. 수서경찰서 제공
시작은 서울 강남 한복판의 한 빌딩에서 성매매를 한다는 112 신고였다. 지난 2일 서울 수서경찰서 경찰관들은 역삼동에 있는 지하1층, 지상 10층 건물 앞에서 잠복하며 지켜봤다. 손님이 들어갔다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통상 1시간30분. 제한 영업시간인 밤 10시에 가까워지는데도 업소가 영업을 지속하자 경찰은 건물 진입에 나섰다. 건물 앞엔 경찰 출동을 미리 알리기 위해 업소에서 고용한 이른바 ‘문빵’들이 배치돼 있었다.
출입문 개방부터 쉽지 않았다. 밤 10시40분 단속을 시작했으나 업소는 경찰 진입을 필사적으로 막으며 20여분간 대치했다. 경찰은 닫힌 문을 강제 개방하기 위해 소방서 지원까지 받아 밤 11시가 돼서야 문을 열고 업소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업소 쪽은 허둥대는 손님 40여명을 1층으로 한꺼번에 내려보내는 ‘인해전술’을 통해 단속을 방해하며 시간을 끌었다. 경찰이 진입한 건물 내부 지하 1층은 종업원을 선택하는 ‘미러룸’, 2~5층은 성매매를 위한 모텔, 6~10층은 유흥주점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이 업소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4월 문을 열었다. 유사성행위를 제공하는 이른바 ‘북창동식 하드코어’와 유흥시설과 성매매를 연계한 ‘풀살롱’ 영업이 가능하도록 10층 건물 전체를 꾸몄다. 이후 페이스북 등 인터넷에서 손님을 모집하며 불법 영업을 지속해 왔다.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백화점식 영업을 하는 신종 성매매업소를 처음 단속한 사례”라고 말했다.
경찰이 역삼동 불법 유흥주점 진입을 시도하는 모습. 수서경찰서 제공
경찰 수색은 이튿날까지 이어졌다. 손님만 적발되고 종업원과 유흥종사자들이 발견되지 않아서다. 경찰 관계자는 “지하부터 10층까지 10번 넘게 수색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새벽 2시50분께 수차례 수색 끝에 모텔 2~3층 객실안 침대 뒤쪽에 비밀문을 만들어 숨겨 놓은 방 2배 크기의 ‘도피룸’이 발견됐다. 이곳에 남성 종업원 14명이 숨어 있었다. 손님에게 내주는 1회용 파우치백에 칫솔과 콘돔이 들어 있었다. 이미 사용한 콘돔과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 등도 발견됐다.
이날 새벽 5시까지 수색이 이어졌지만, 끝내 여성 종업원은 1명밖에 검거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로 처벌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업소 쪽에서 여성 종업원들부터 철저하게 빼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은 40대 업주 ㄱ씨와 종업원 15명, 손님 42명 등 모두 58명을 일단 영업시간을 어긴 혐의(감염병예방법 위반)로 입건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은 추가 수사를 거쳐 성매매처벌법 등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