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방호복을 입은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수사관이 430억원대 규모 사이버범죄조직의 총책 이아무개(58·가운데)씨를 인천공항에서 압송하고 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제공
국외에서 430억원대 사이버범죄를 저지른 50대 남성이 징역 13년형, 추징금 169억원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재산국외도피, 사기, 횡령 등 14개 혐의로 기소된 이아무개(58)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이씨의 범죄는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씨는 2002년 ‘전화 운세상담’ 사무실을 차렸다. 통화시간이 20초가 지나면 1000원이 부과되지만 45초 동안 정보이용료가 부과되지 않는 것처럼 속여, 모두 3만5358명에게 3535만원가량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5년에는 베트남에서 ‘고스톱’ 등을 할 수 있는 도박사이트를 열어 회원 약 1000명으로부터 22억7500만원가량을 송금받아 10억원 넘는 수익을 챙기기도 했다.
2007~2009년에는 태국에서 사설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만들어 회원들에게 32억원가량을 송금받고 11억원을 챙겼다. 또한 2012~2017년에는 가짜 금융투자상품 투자중개 인터넷 사이트 13개를 열어 231명에게 431억원가량을 송금받아 편취했다. 또한 169억원을 외국인 명의 한국 계좌로 보낸 뒤 ‘환치기’ 수법으로 외국 금융기관에 바트화를 송금해 재산을 국외로 빼돌리기도 했다. 이씨는 범죄 수익을 통해 태국과 베트남에 머물며 호화생활을 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2020년 4월 태국에서 강제송환 된 이씨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이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는 수사와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해 약 12년 동안 국외에 체류하면서 범행을 주도해 저질렀다. 사기 범행 피해자는 312명으로 다수고 피해액수는 431억원에 달하는 거액”이라며 “죄책에 상응하는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두고서는 “조직 통솔체계 유지나 목적 수행을 위한 내부규범도 존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이씨에게 징역 13년, 추징금 169여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이씨에게 도피재산 가액 전부를 필요적으로 추징한다. 도피재산 가액에 대해 추징을 선고하지 않은 1심에는 필요적 추징에 관한 법률 적용을 그르쳐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다만 피해액 가운데 정산금 등으로 출금하거나 수령한 돈이 상당해 범죄수익금은 120여억원이고 남은 재산도 피해자들 압류 등 조처를 통해 일부 회복될 수 있는 점 등이 유리한 정상”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추징액 산정에 관한 법리에 잘못이 없고, 징역 13년 선고가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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