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당시 후보자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만 수료했는데 ‘경영대학원 수료’라고 이력을 써냈다면 허위사실 기재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만 수료한 선거 후보자가 ‘경영대학원 수료’라고 이력을 써냈다면 허위사실 기재로 그가 당선된 선거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학력 정보가 투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 후보들이 학력에 대해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ㄱ씨가 정선군체육회를 상대로 낸 선거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사건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2월 강원도체육회 산하 정선군체육회장을 뽑는 선거에서 ㄱ씨는 55표 가운데 11표를 받아 낙선했다. 29표를 받아 당선된 ㄴ씨는 그해 1월에 회장 후보로 등록하며 후보자등록신청서와 이력서에 최종학력을 ‘ㄷ대학교 경영대학원 수료’라고 기재했다. 그러나 ㄴ씨는 정규학력이 아닌 이 학교 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만을 수료했다. ㄱ씨 등은 후보자 학력이 허위로 기재됐다는 이유를 들어, 체육회가 ㄴ씨 등록을 거부하거나 말소했어야 한다고 선거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체육회 선거관리규정은 ‘학력은 최종학력을 적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1심은 ㄱ씨 손을 들어줘 선거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영대학원 수료 기재는 정규과정 수료로 충분히 오인하게 할 만해 허위학력을 기재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선거인단 투표에 영향을 줬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그러나 2심은 1심을 취소하며 “이 학력 기재로 선거인들에게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한 것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회장 직책 수행에 학력이 반드시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선거인이 55명이라 후보자를 잘 알아 학력 허위기재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기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이 판단 근거가 됐다.
대법원은 2심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학력은 경력에 속하는 주요사항 중 하나로서 선거권자가 후보자 자질과 적격성을 판단해 적절한 투표권을 행사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쳐 학력에 대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며 “ㄴ씨 행위는 선거권자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에 관해 허위사실을 기재하는 행위로 후보자 등록 무효사유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심 판단에는 이 사건 선거관리규정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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