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에서 형틀목공, 단열재 시공 등 특정 작업은 시공사 등과 하도급(하청) 계약을 한 작업반장(십장)이 불러 모은 팀원들이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하청 계약 당사자인 작업반장이 산업재해를 당할 경우 사업자인지 노동자인지가 쟁점이 돼 왔다.
개인사업자로 등록했더라도 노동자로 봐야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지만, 건설사의 지시·감독 범위, 작업반장이 가진 재량권 등에 따라 사업자로 봐야한다는 하급심 판결도 여럿 있다.
2018년 인천 부평 주상복합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형틀팀장’으로 일하던 ㄱ씨는 다른 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졌다. 당시 ㄱ씨를 포함해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친 큰 사고였다. 시공사→하도급 업체→재하도급(ㄱ씨) 구조였다. 시공사 및 하도급 업체 운영자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됐다.
시공사는 ㄱ씨가 하도급 업체 소속 노동자였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 등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 쪽은 ㄱ씨가 노동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시공사는 물론 유족 청구도 거부했다.
유족은 하도급 업체가 ㄱ씨에게 △형틀 작업 관련 구체적 업무지시와 감독을 했고 △작업에 필요한 자재·도구 등을 제공했으며 △고용보험료·소득세 등을 원천징수해 납부한 점 등을 들어 ‘노동자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다. 반면 근로복지공단 쪽은 ㄱ씨가 △자신의 판단으로 인력을 채용해 형틀작업 팀을 꾸렸으며 △경력 등을 반영해 직접 노임 단가를 결정했고 △자신의 비용으로 숙소를 계약해 노동자들이 사용하게 했으며 △하도급 업체가 매월 형틀작업 팀원 노무비 전액을 ㄱ씨에게 지급한 점 등을 들어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종환)는 이 사건에서 근로복지공단 쪽을 손을 들어줬다고 13일 밝혔다. 유족급여 등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게 지급되는데, ㄱ씨는 노동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하도급 업체는 ㄱ씨에게 공기 내에 형틀작업을 마쳐 달라고 요청하거나 각종 안전관리 및 현장관리 지시사항만을 전달했을 뿐, 구체적 작업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지시‧감독을 하지 않았다. 형틀작업의 전문성을 갖춘 ㄱ씨가 인력 수급부터 개별 노동자의 노임 결정, 구체적인 업무수행 방법 등에 대한 독자적인 결정권을 가지고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 ㄱ씨는 회사로부터 형틀노무작업을 도급받아 수행한 사업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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