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고소·고발 사건 선택적 입건 규정을 폐지했다. 또 공수처 자체적으로 시행하던 수사검사-기소검사 분리를 모든 사건이 아닌 특정 사건에 대해서만 적용하기로 규정을 바꿨다.
공수처는 13일 이런 내용을 담은 개정 사건사무규칙·직제규칙이 14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우선 그간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불렀던 선별 입건이 사라진다. 앞으로는 검찰과 경찰처럼 고소·고발 접수와 동시에 자동으로 입건이 이뤄진다. 지금까지 공수처는 고소·고발 사건이 접수되면 사건조사분석관실 담당 검사가 기초조사를 한 뒤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만 공수처장이 입건을 결정해왔다. 다만 익명신고·첩보입수·진정 등 바로 수사하기 어려운 사건에는 ‘입건 전 조사’(내사)를 통해 입건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사건 자동 입건으로 인한 공소부 업무부담을 덜기 위해 앞으로 공소부는 중요 사건의 기소 여부만을 결정하도록 했다. ‘중요 사건’ 판단은 공수처장이 맡는다. 기존에는 모든 사건의 기소 여부를 공소부가 담당해 왔는데, ‘일반 사건’은 수사검사가 처장 지휘를 받아 기소 여부까지 결정하도록 바뀌었다.
공수처가 수사·기소권을 갖는 사건을 경찰이 수사할 경우 공수처에 관련자 체포·구속영장을 신청할 수 있는 규정도 삭제했다. 어차피 공수처에 넘겨야 하는 사건이므로 체포·구속은 공수처 수사 단계에서 직접 결정하는 게 맞다는 이유에서다. 초기 수사 단계의 압수수색·통신제한조치 영장 신청은 경찰이 계속할 수 있다.
앞서 경찰은 공수처 사무규칙 개정안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개한 경찰청 검토의견을 보면, “현행처럼 수사와 기소를 별도의 검사가 담당하는 것이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부합하다”고 했다. 또 “하나의 사건에서 압수수색영장은 공수처에, 체포·구속영장은 검찰에 신청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수사 효율성 저하 및 기밀 유출 우려가 있다”고 했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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