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외국인에게만 4년제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을 요구하는 학원 강사 자격 기준을 개선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권고를 불수용했다.
인권위는 15일 외국인에게만 학원 강사 자격 기준으로 4년제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을 요구하는 것은 차별이므로 관련 규정을 개정하라는 권고를 교육부가 불수용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학원 강사 자격 기준으로 내국인은 ‘전문대 졸업자 또는 이와 같은 수준 이상의 학력이 있는 사람’으로, 외국인은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이 있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앞서 인권위는 전문대학 졸업자로 구직활동을 해온 국내 거주 캐나다인을 피해자로 하는 진정을 접수해 검토한 뒤 지난해 7월 해당 시행령 개정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내국인과 달리 외국인에 대해서는 4년제 대학 졸업자에게만 학원 강사 자격을 인정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외국인을 고용영역에서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외국인 강사에 대한 차별적 기준을 인정하려면 외국 대학과 우리나라 대학의 수준이나 교육과정에 차이가 있다는 전제가 성립돼야 하는데, 교육부는 이를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교습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최종 학력보다 한국어 능력, 강사의 전공과 학원 강의과목의 관련성, 해당 분야 자격증의 유무, 강의 경력의 유무나 기간”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과거 전문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강사에게도 학원 강사 자격을 인정한 바가 있다”며 “대학을 졸업했는지가 강사 자격에 있어 불가피한 요소라고 보기 어렵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인권위의 권고에 대해 “학원법 시행령에서 외국인 학원 강사의 자격 기준을 내국인 강사와 달리 규정한 것은 자격 미달로 인한 부실 교육 등의 폐단을 방지해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확보하고, 학습자를 보호하려는 합리적 사유에 근거한 것”이라고 회신했다. 교육부는 조사과정에서 “한국인 학생에게 학습 내용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한국어 의사소통 능력을 갖추었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보편적인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 인권위는 “외국인이 단지 4년제 대학을 졸업했다고 해 전문대학을 졸업한 사람보다 한국어 소통능력이 더 뛰어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인권위는 지난달 24일 교육부 회신에 대해 논의한 결과, 결정문의 차별행위 판단 기준과 권고 주문 등을 고려할 때 교육부가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교육부가 국적에 따른 고용상 차별이 해소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봐 인권위법에 따라 이를 공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인권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7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교육부의 권고 수용률은 83.3%(전부 수용률 72.2%, 일부 수용률 11.1%)로 전체 부처 평균 수용률 96.2%(전부 수용률 89.9%, 일부 수용률 6.3%)를 밑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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