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범죄로 기소됐다는 사실도 모른 채 재판이 열리고, 불출석 상태에서 유죄가 선고되는 경우는 의외로 흔하다. 그동안 대법원은 불출석 책임이 피고인에게 없다면 재판을 다시 열어야 한다고 판단해 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절도 등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이같은 이유로 깨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고시원에 살던 ㄱ씨는 2019년 1~4월 울산의 한 로또가게에서 현금을 훔치고 고시원에 무단침입해 시계와 현금 등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20년 4월 1심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해 ㄱ씨에게 징역 1년은 선고했다. 검찰은 형량이 가볍다며 항소했지만, 같은해 11월 2심은 같은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1심과 2심 모두 당사자인 ㄱ씨가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이 열렸다. ㄱ씨의 거주지 파악이 되지 않아 공시송달 방법으로 재판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공시송달은 피고인 소재지를 알 수 없을 때 공소사실을 관보나 법원게시판에 올리고, 일정 기간(실시 뒤 2주일)이 지나면 공소장 부본과 소환장이 당사자에게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항소심 판결 9개월 뒤에야 자신에게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안 ㄱ씨는 항소심 법원에 형사소송법에 따른
상소권회복을 청구했고, 법원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상고기간(판결 송달 뒤 2주일) 내에 상고하지 못했다고 인정해 이를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기존 판례에 따라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재판을 다시 하라며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1·2심은 피고인이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불출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해 피고인에게 유죄 판결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