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는 17일 한 보험사가 ‘맘모톰 시술’(진공보조 유방 양성종양 절제술)을 한 의사를 상대로 낸 임의비급여 치료 관련 실손보험금 반환청구사건 공개변론을 열었다. 연합뉴스
의사가 안정성과 효과가 인정되지 않은 시술을 한 경우, 환자에게 실손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가 의사에게 보험금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을까?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단에 따라,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900여억원대 관련 소송의 결과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와 관련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 사건의 공개변론을 연 것은 2020년 가수 조영남의 그림 대작 사건 이후 두번째다. 이번 사건 원고는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등 보험사고 피고 ㄱ씨는 부산의 한 개인병원 의사다. 보험사는 2014년부터 ‘맘모톰 시술’(바늘로 유방조직을 잘라 적출하는 장비로 유방 양성종양 등을 잘라내 제거하는 시술)을 600여 차례 한 ㄱ씨를 상대로 환자들에게 지급한 실손보험금 12억여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맘모톰 시술은 2019년 8월 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돼 비급여 진료에 포함됐다. 2019년 8월 이전에 이뤄진 시술은 적법하지 않은 시술이기 때문에 지급된 보험금을 돌려달라는 것이 보험사들의 주장이다. 이 사건 원심에서는 보험사들이 패소했지만, 다른 관련 소송에서는 승소하면서 하급심 판단도 엇갈리고 있다. 대법원은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라며 공개변론을 열었다.
쟁점은 환자들을 대신해 보험사가 의사를 상대로 진료비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다. 통상적으로 보험사가 의사에게 직접 보험금 반환을 청구하려면 환자의 재산이 충분하지 않다는 ‘무자력’ 요건이 필요하다. 하지만 무자력 요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환자들을 대신해 의사에게 진료비 반환 청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보험사의 주장이다. 이 사건의 경우 환자가 500여명이어서 개개인에게 보험금 반환을 청구하면 소송 수가 지나치게 많아지기 때문에 보험사가 직접 의사에게 보험금 반환을 청구하면 관련 소송 건수가 줄어 모든 주체에게 도움이 되고, 공익적인 면에서 보험사가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은 비급여 진료를 견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ㄱ씨 쪽 변호인은 진료계약은 환자와 의사 사이 이뤄진 법률행위여서 보험사가 대위권(제삼자가 다른 사람의 법률적 지위를 대신해 그가 지닌 권리를 얻거나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수 없고, 환자가 진료비가 과다하다고 느꼈다면 직접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소송보다 간편한 행정절차를 이용할 수 있는데 보험사가 대신 청구 소송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에 참고인으로 나온 전문가들의 견해도 갈렸다. 여하윤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은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무자력 요건을 요구하지 않는다. 채권자 대위권이 뿌리를 두고 있는 프랑스 민법에서도 무자력 요건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며 무자력 요건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박수곤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험사가 환자를 대신해 의사를 상대로 진료비 반환을 청구하려면 무자력 요건을 원칙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그것이 대위권 제도를 운용할 때 합리적”이라며 무자력 요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19년 8월 이전 맘모톰 시술의 적법성을 두고서도 보험사와 ㄱ씨 쪽은 공방을 벌였다. 보험사 쪽은 ㄱ씨가 한 시술이 △사익에서 비롯된 불필요한 수술이며 △신의료기술평가 전에 안정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았다고 볼 수 없는 점을 들어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ㄱ씨 쪽은 △신의료기술평가 전후 모두 같은 시술이었는데 기술발전이 아닌 자료보완으로 평가를 통과한 점 △과거나 현재 모두 이 시술의 안정성과 유효성이 같은 점 등을 들어 적법하다고 맞섰다.
이날 공개변론에서 대법관들은 보험사와 ㄱ씨를 상대로 수차례 질문을 던졌다. 보험사들은 자신들의 주장 요지가 적힌 파워포인트를 띄워 설명했고, ㄱ씨 쪽은 맘모톰 시술에 관한 유튜브 영상을 틀기도 했다. 재판부는 앞으로 심리 과정에서 이날 들은 양쪽 의견을 종합해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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